1789년 8월26일, 대혁명으로 소집된 프랑스 국민의회가 전문(前文)과 17조로 구성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채택했다. "국민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프랑스 인민 대표자들은 인권에 대한 무지와 망각 또는 멸시가 공공의 불행과 정부의 부패를 초래하는 유일한 원인이라고 생각하여, 인간의 자연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신성한 권리들을 엄숙한 선언으로 제시할 것을 결의한다"로 시작하는 이 선언은 1791년 프랑스 헌법에 삽입된 이래 그 이후의 여러 헌법에서 되풀이 확인되었다.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은 그 때까지 유럽에서 축적된 민주주의 사상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몽테스키외의 권력 분립론, 백과전서파와 존 로크의 자연권론, 루소의 일반의지론과 국민주권론, 볼테르의 사상의 자유와 관용론, 중농주의자들의 소유권 불가침 원칙 같은 것이 이 선언으로 흘러 들었다. 선언의 제6조가 명시하고 있는 법 앞의 평등은 그 때까지의 봉건적 신분 질서를 불법화함으로써 귀족의 날개를 단숨에 꺾었다. 19세기 역사가 미슐레는 이 선언을 '새로운 시대의 신조'라고 부른 바 있다.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은 18세기 프랑스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 선언은 오늘날의 여러 사회에도 절실하다. 예컨대 제11조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소통은 인간의 가장 귀중한 권리의 하나다. 따라서 모든 시민은 자유롭게 말하고 쓰고 출판할 수 있다", 제9조 "모든 사람은 유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제1조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 사회적 차별은 공공 이익을 근거로 해서만 있을 수 있다", 제3조 "어떠한 단체나 개인도 국민으로부터 명시적으로 유래하지 않은 권위를 행사할 수 없다" 같은 대목들이 특히 그렇다. 인류의 다수는 아직 이 선언 이전에 있는 듯하다.
고 종 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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