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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혈액학회 학술대회서 성과발표/암세포만 공격… 신약 혈액암치료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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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혈액학회 학술대회서 성과발표/암세포만 공격… 신약 혈액암치료 "희망"

입력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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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 공격함으로써 항암치료의 새 장을 연 신약들이 혈액암 분야에서 먼저 개가를 올리고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노바티스)에 이어 혈액암의 하나인 비호지킨 림프종 치료제인 맙테라(로슈)가 최근 국내 시판을 승인받았다.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된 제29차 국제혈액학회 세계학술대회에서도 이러한 신약의 성과에 대한 연구발표가 포함돼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까지 열리는 이 대회에 전세계 102개국에서 2,000여 명의 학자들이 참가, 550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된다.

26일 글리벡 관련 심포지엄에선 김동욱 가톨릭대의대 교수가 골수이식수술 전후의 글리벡 치료효과를 발표한다. 5월 미국종양학회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초기치료에도 효과가 높다는 연구가 나온 데 이어 이번엔 골수이식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보적인 치료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김동욱 교수는 말기 환자 6명에게 글리벡을 투여, 증세를 완화시킨 후 이식수술을 함으로써 100% 생존(7개월째)한 결과를 얻었다. 글리벡를 쓰지 않았다면 수술 자체가 불가능한 환자들. 또 이식수술 후 재발한 환자 15명에게 글리벡을 투여한 결과 14명(89%)이 생존(8개월째)했다. 기존의 면역요법으로 재발환자를 치료할 경우 생존율은 60∼70%(장기생존율 30%)에 불과하다.

이밖에 독일의 안트레아스 호카우스 박사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글리벡 내성의 원인을 유전자 차원에서 규명,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동욱 교수는 "글리벡처럼 표적 항암치료가 가능한 신약이 성과를 냄으로써 다른 암에 대해서도 부작용 없는 신약을 개발하는 공식이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항체 항암제인 맙테라는 비호지킨 림프종에 대한 생존율을 처음으로 증가시켰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27일 열리는 맙테라 관련 심포지엄에서 프랑스의 베르트랑 쿠아피에 박사는 지난 2년간 유럽에서 실시된 대규모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에게 기존의 화학적 표준요법(CHOP)과 맙테라를 병용했을 때 생존율이 13%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20년간 비호지킨 림프종에 행해진 치료법 중 생존율이 올라간 것은 처음. 비호지킨 림프종은 완치율이 40%에 불과하다.

맙테라의 혁신적인 점은 '세계 최초의 항체 항암제'라는 수식어가 말해준다. 우리 몸 속의 항체는 질병을 일으키는 항원의 얼굴(표면단백질)을 기억해 몸에 침투할 때마다 공격한다. 맙테라는 바로 림프종을 일으키는 B세포에 대한 항체. 때문에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치료제와는 달리 다른 정상세포는 공격하지 않는다.

맙테라 심포지엄의 좌장을 맡고 있는 조경삼 경희의료원(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20년동안 숱한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돼 비로소 성과가 나온 셈"이라며 "그러나 암의 발병과정은 워낙 복잡 다양해 기존의 화학적 치료법을 대체하려면 지난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했다.

25일 항암제 부설판에 대한 연구는 경구용 약제를 주사제로 바꿔 환자의 고통을 크게 줄여주는 희망적 발표였다. 골수이식 전 먹어야 하는 경구용 부설판은 환자가 120알씩 4일간 먹어야 하고 구토를 유발하는 데다가 체내농도 조절이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이스라엘의 아논 네이글러 박사는 48명의 환자에게 실시된 연구를 바탕으로 "주사제 부설판을 투여함으로써 독성(과 이로 인한 부작용)이 감소하면서 이식된 골수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약물관련사망률은 12%정도로 약간 낮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번 학술대회에선 세계 최초로 조혈모세포에서 심근세포를 분화한 미국 도널드 오릭 박사, 지난 5년간 새로운 조혈모세포 이식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미니이식을 최초로 시행한 이스라엘 슬라빈 박사, 혈우병 유전자치료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미국 마크 케어 박사 등이 다양한 혈액관련연구를 발표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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