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빠져 나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성경 구절이 있다. 이는 비단 기독교의 교리일 뿐만 아니라 불교의 '무소유'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옛 수행자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갈아입을 옷과 바리때(밥그릇)하나로 만족하는 안분(安分)의 생활을 했다. 가진 것이 많고 거느린 것이 많으면 좁은 천국문을 지나갈 수 없고, 애초 출가의 뜻을 잃어 득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변화와 혁신의 시대엔 소유 자체가 부담스럽다. 사회비평가 제레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에서 '접속의 시대'엔 소유에 집착하는 기업이 여러모로 불리하다고 말한다.
사실 기업이 많은 자금을 들여 설비를 갖췄다고 해도 제품이 손익분기점에 다다르기도 전에 다른 신상품에 나와 퇴출될 가능성이 상존하며, 소유에 따르는 비용과 책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최근 리스 산업과 아웃소싱 산업이 번창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거 산업자본주의 시절에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더 많은 상품을 팔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많은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접속의 시대에는 기업의 장점을 살려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을 제대로 읽어보면 소유의 종말을 고하는 것은 유형의 자산이지 무형의 자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과거 기업들은 물적 자산에 집착했지만 이제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 '지적 자산' 등과 같은 무형의 소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이 조직원의 상상력과 창조력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또 접속의 시대에 있어 디지털 경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인류가 현실공간에서 가상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디지털이란 경계선을 중심으로 극명하게 두 부류로 나뉘고 있는데 기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디지털 경영 체제는 급격하게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이다.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은 디지털 혁명,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새로운 글로벌 경영 체제로 기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할 때 어느 것에 가치를 두고 미래를 대처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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