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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칼럼]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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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칼럼]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입력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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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현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여당은 재집권을 위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매우 기이한 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였던 여당 대통령 후보에 대항하기 위하여 야당 대통령 후보를 단일화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당 대통령 후보 단일화 노력 같은 현상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기이한 현상이 왜 생기는 것일까?199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야당 후보로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50년만에 처음으로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결과 대한민국에도 정당간에 정권의 가변성이 입증되었다. 또한 국민의 공정하고 정당한 투표만이 재집권과 새 정권의 창출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것이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업적일 것이다. 그런데 왜 현재의 여당은 불과 몇 달 전에 국민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고도 오늘과 같은 정치적 모습을 보이고 있고, 대통령은 왜 이를 방관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권의 선거전략으로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믿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러나 12월 대통령 선거는 현 '국민의 정부' 5년간의 실적에 대한 심판임을 국민은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경쟁하는 정당들간에 이루어지는 민주주의 선거에서 기본 상식이다. 결국 선거는 여당과 야당간의 경쟁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각 당의 후보들은 자신의 입장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현직 대통령이 선거전략의 목적으로 혹은 개인적인 이유로 탈당을 하였다고 해서 대통령을 만들어내고 정책협의를 해온 정당이 현 정부의 지난 실적과 무관할 수 없다.

우리는 현 '국민의 정부' 집권 중에 2000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2001년 10월 보궐선거, 금년 6월 지방자치제선거 그리고 8월 8일 보궐선거를 경험하였다. 현 '국민의 정부'와 여당은 2000년 4월 총선거에서 대통령을 만들어낸 국민회의의 당명을 새천년민주당으로 변경하였으나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였고, 2001년 10월 보선에서는 완패하였다. 그 후 여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고 실시된 금년 6월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데 이어 8월 8일 보선에서 거의 완패를 당하였다. 이러한 선거결과는 당명을 바꾸고 사람을 바꾼다고 하여 현명한 유권자들이 현혹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과거 정권에서도 체험한 바 있다. 1987년 16년만에 새롭게 실시된 대통령 직선제에서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를 맞게 되었다. 그는 이를 자신의 정치지도력으로 극복할 수 없자 원내 다수의석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3당 통합으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준 민주정의당을 민자당으로 개명하였다. 이를 통해 민자당은 원내 3분의 2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 임기 중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자당은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였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선거 결과가 예상외로 부진하자 1996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던 민자당의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변경하였다. 이와 함께 당시 국민 사이에 지지도가 높다고 하는 인사들을 재집권을 위한 인물로 새로이 영입하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과반수 미달이었다. 그 후 정권 재창출을 위하여 대통령이 당을 떠나고 당명을 다시 바꾸었으나 재집권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상과 같이 국민이 선거에서 보여준 사례에도 불구하고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아직도 선거와 관련한 국민의 의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와 여당은 스스로를 '국민의 정부'라 표방하면서도 계속하여 선거에서 국민이 표출한 의사를 외면하였다. 그 결과 현재 여당이 정권 재창출을 앞두고 오늘날과 같은 정치적 혼미에 봉착한 것이다. 인위적인 정당의 개편이나 일시적인 인물의 영입으로 지난 5년간의 국민의 체험을 상쇄할 수 없다. 국민은 정치인들의 술수에 넘어 갈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김종인 前청와대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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