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뮤지컬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블루 사이공'(김정숙 작, 권호성 작곡·연출)이 음악 중심의 대극장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1996년 초연된 이 작품은 백상예술대상의 연극 부문 대상·작품상·희곡상, 서울연극제 작품상 등을 휩쓴 화제작. 고엽제 후유증으로 죽어가는 베트남전 참전군인 김상사와 베트콩 간첩 후엔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중심으로 전쟁의 상처와 비극을 뚜렷한 역사의식을 갖고 깊이있게 파헤친 작품이다.
96년과 2000년 세 차례에 걸쳐 이 작품을 소극장과 중극장에 올렸던 극단 모시는사람들(대표 김정숙)이 1,500석의 국립극장 대극장으로 옮겨 9월 1∼29일 공연한다.
대극장에 맞게 작품을 대폭 보강했다. 대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대본을 수정하면서 12곡의 노래를 새로 만들고 기존 20여 곡도 선율 중심에서 화성 중심으로 편곡해 음악 위주 뮤지컬로 탈바꿈했다. 무대 디자인도 입체적으로 바꿔 소극장에서는 불가능했던 스펙터클한 정글과 전쟁터를 실감나게 재현하고 아오자이(베트남 전통의상)와 제등행렬이 춤을 추는 베트남 민속축제 등 화려한 볼거리를 추가했다.
이번 공연은 배우와 스태프 전원이 개런티를 포기하고 올리는 것이라 더욱 화제다. "돈 못받아도 좋다. 이 작품만은 꼭 하고 싶다"며 40여 명의 출연진 뿐 아니라 연출·작곡·편곡·기획·조명·분장·안무·무대디자인 등 제작 스태프까지 동참했다. 개런티를 몽땅 제작에 투자하고, 수익이 나면 나눠갖기로 했다. 국내 뮤지컬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제작사 이일공(대표 윤성진)은 6억원의 제작비를 조달하기 위해 최근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투자하고 있는 몇몇 투자사를 접촉했으나 거절당했다. 아직 우리 창작뮤지컬의 수준과 수익성을 믿을 수 없어 투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알리고 개런티를 못 받아도 참여하겠냐고 물었죠. 그런데 예상과 달리 단 1명의 배우만 빼고 다들 그래도 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윤성진)
이같은 사실이 몇몇 배우들을 통해 알려지면서 뮤지컬 동호회를 중심으로 네티즌들 사이에 '블루 사이공'을 살리자는 열기가 확산됐다. 이에 창작뮤지컬로는 국내 네티즌 펀드 사상 최초로 엔젤월드, 쇼비즈닷컴, 퍼니베스트 등 3개사가 '블루 사이공'의 제작비 2억원 가량을 공모하기로 결정, 26일부터 공모에 들어간다.
이번 공연의 배우들은 모두 배역 오디션을 거쳐 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남자 주인공 김상사는 초연 당시 김상사를 고문하는 베트콩 병사 막드엉으로 나왔던 이재훤이 맡는다.
여주인공 후엔으로는 뮤지컬 경력 20년의 중견 배우 강효성과 신예 추정화가 번갈아 출연한다. 초연 이후 내내 후엔 역을 지켜온 강효성은 영원한 후엔으로 남기 위해 7년 간 허리 가까이 내려오는 긴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무대에서 단 한 순간, 가발을 벗을 때 늘어지는 긴 머리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만큼 이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또다른 중견 뮤지컬 배우 류창우는 다른 작품 주연을 마다하고 코러스라도 좋다며 참여했다.
공연 문의 (02)766―521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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