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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vs 증권사 PB<프라이빗 뱅킹>시장 자존심 대결/하나銀 "안정성 바탕 수익추구" 삼성證 "투자에 우선 재산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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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vs 증권사 PB<프라이빗 뱅킹>시장 자존심 대결/하나銀 "안정성 바탕 수익추구" 삼성證 "투자에 우선 재산증식"

입력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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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관리냐, 재산 증식이냐." 금융권역간 경계선이 점차 희미해지면서 부자고객들을 상대로 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즉 PB(프라이빗 뱅킹·증권업계는 이를 '웰스 매니지먼트'라 부른다) 시장에도 은행과 증권사간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고 격전지는 업계 자존심을 건 하나은행과 삼성증권의 한판 승부. 양쪽의 비장함은 우선 최고경영자들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우리나라 PB의 원조를 자처하는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가장 긴장해야할 경쟁상대는 삼성증권"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있고, 증권업계 맏형인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도 "은행과의 경쟁에 이겨야 살아남는다"며 승부욕을 북돋우고 있다.

양쪽의 대결은 '재산관리'냐, 아니면 '재산증식'이냐는 재테크 전략의 싸움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은행고객이 밑천인 하나은행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수익추구'를 PB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공격적 성향의 증권 고객이 기반인 삼성증권의 전략은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자산관리'이기 때문이다.

■안정적 관리냐, 공격적 증식이냐

하나은행은 최대 강점으로 '금융 백화점'과 '집사(執事) 정신'을 내세운다. 김준호 PB본부장은 "우리는 확정형 예·적금, 실적배당형 증권 및 부동산 신탁, 그리고 일정비율만 신탁에 넣는 퓨전형 적금상품 등 금융상품 스펙트럼이 넓다"며 "요즘 같은 장세에서 증권사들이 추천할 상품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증권사 직원들의 잦은 이동과 증권업계 특유의 실적 지상주의 풍토로 인한 고객 서비스의 한계를 하나은행의 상대적인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PB의 기본철학은 가족들에게도 말못하는 비밀까지 나누며 고객의 집사 노릇을 하는 것인데, 담당 요원들이 자주 교체된다면 그 서비스는 투자권유 수준에 머물고 말 것"이라며 "특히 단기실적을 강조하는 증권사 풍토로 미뤄볼 때 PB담당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무리한 상품추천을 하게 되고, 이는 고객들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희열 삼성증권 웰스매니지먼트 기획팀장은 "은행은 주식·채권 투자에 관한 한 우리보다 한두수 아래"라며 "은행이 일부 운용사의 간접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반면 우리는 체계적인 리서치를 바탕으로 종목추천까지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자산관리의 목적은 '보존'이 아니라 '증식'이며, 이를 위해서는 자본시장에 대한 탄탄한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새가슴'인 은행원들이 과연 증권투자를 권유할 수 있는지, 나아가 증권투자를 희망하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종목과 펀드를 추천할 수 있는 인력이 몇 명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고객서비스, 어떻게 다른가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객 자격은 둘다 예탁자산 1억원 이상으로 똑같다. 그러나 삼성증권이 PB 서비스 수수료로 '에프앤 아너스 클럽(Fn Honors Club)' 회원들에게 예탁자산의 0.01%를 받는 반면, 하나은행 PB고객은 별도 부담이 없다.

PB업무를 전담하는 직원들은 모두 금융자산관리사(FP) 자격증이 있는 직원들 가운데 다시 엄격한 면접·시험·교육 등을 거쳐 선발한다. 다만 하나은행은 "많은 증권사가 부자고객 마케팅을 본격화하면서 하나은행 직원들을 스카우트해갈 만큼 'PB요원 사관학교'라는 점이 감안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비스의 범위는 하나은행이 상대적으로 넓다. 부동산을 매각·매입하려는 고객에게는 자체 부동산금융팀과 공인중개사가 상담을 해주거나 외부 부동산관리회사와 연결시켜준다. 자체 법무 전문가들이 해결할 수 없는 법률 문제는 외부 법무법인을 소개해주고, 미술품 매매도 중개한다.

지난해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됐을 때, 고객 300쌍을 위해 별도 무대를 마련할 만큼 문화 서비스도 많다.

증권투자 포트폴리오 추천에 관한 한 삼성증권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삼성증권은 고객 성향을 16가지로 분류하고 여기에 다시 개인별 특성을 종합해 한사람 한사람에게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특히 간접투자상품 추천은 최적의 펀드를 선별할 수 있도록 과거 16년간 펀드 데이터를 근거로 고안된 'SMART'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월간으로 투자성과 보고서, 연말에는 각종 세금관련 보고서가 제공되며 최신 리서치자료와 세무정보, 부동산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주어진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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