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려는 회사원 진모(31)씨. 25평형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강남에서 구하려면 적어도 2억원, 마포나 관악구쪽도 1억5,00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말에 기가 질렸다. 수중에 갖고 있는 자금과 대출여력을 합해봐야 5,000만원 남짓이기 때문. 교통편을 고려하면 수도권 쪽으로는 생각도 하기 싫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진씨 같은 고민에 빠진 이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굳이 아파트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여러 대안이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다가구주택이나 원룸, 오피스텔 등으로 눈을 돌리면 5,000만원 정도로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길이 널려있다"고 말했다.
■다가구 신축물량도 봇물
다가구와 다세대는 외형상 구별이 안가지만 법적으로 다가구는 단독주택이고 다세대는 공동주택으로 완전히 다르다. 다가구는 세대별 구분 등기가 안 된다는 점을 매매시 유의해야 하지만 전세로 들어갈 때는 다가구나 다세대에 구별을 둘 필요가 없다.
아파트와 다가구의 전세가는 같은 지역에서 최고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강남지역의 경우 포이동의 실평수 18평에 방2개짜리가 보증금 1,000만∼3,000만원에 월 40만∼50만원 선이고 양재동의 방2개짜리는 5,000만∼7,000만원이다. 대부분 1990년대 이후 신축돼 그리 낡지 않았고 주차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주변의 20평형대 아파트 전세가는 1억5,000만원 이상이다.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3,500만∼2억원으로 다양한 가운데 지상1∼3층은 7,000만∼8,000만원이면 셋집을 구할 수 있다.
대방동이나 노량진 등 도심진입이 쉬운 지역도 5,000만원이면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은평구 대조동이나 역촌동에서는 실평수 15평짜리가 3,000만∼4,000만원에 가능하다. 사당동 방배동 인근에서도 1억원 안쪽의 전세매물이 많이 나와있다.
공급 물량도 넉넉한 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다세대·다가구 건축허가는 지난해에 비해 5배 늘어난 5만여세대를 기록했다. 주택 건축기간이 4∼5개월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공급이 넘쳐 난다는 얘기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전세로 인기
오피스텔은 사무와 주거를 동시에 해결하는 용도로 나온 주거형태로 붙박이장, 에어컨, 침대등 살림살이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방을 2개 정도로 늘리고 주방을 독립화하는등 주거공간의 편의성을 높인 '주거형 오피스텔'도 많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오피스텔을 선호하는 계층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오피스텔은 아직까지 전세보다는 월세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전세 방식이 확산되고 있어 점차 서울지역으로 퍼질 전망이다.
올 하반기 강남, 마포, 여의도 등 서울지역에 입주예정인 오피스텔은 모두 4,000여 실로 전망된다. 강남구 역삼동의 '메가시티'는 14평형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00만원, 서초구 방배동 '방배 하이빌'은 보증금 1,000만원에 60만∼70만원 선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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