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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바로 내 얘기네…" 위기의 장부장/IMF 살아남은 우리시대 40대 가장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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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바로 내 얘기네…" 위기의 장부장/IMF 살아남은 우리시대 40대 가장의 "자화상"

입력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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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또 지각이다. 지하철을 놓쳤다. 노인 공경할 줄 모르는 젊은 대학생과 싸움이 붙어 합의금 500만원을 내놓아야 한다. 통장에 남은 돈은 없고, 주식 시세도 바닥이다. 화요일, 새벽부터 영어학원에 간다. 살아남자면 토익 점수를 올려야 한다. 고객 회사에 불이 났는데 보험계약이 잘못돼있어 문책을 당했다. 점심 때도 부하들이 선약을 핑계로 따돌린다. 수요일, 용돈이 줄었다. 딸 과외비 때문이다. 이사는 실적 좋은 윤 과장을 다른 회사에 뺏기면 안된다고 성화다. 명예퇴직해 자그마한 식당을 차린 친구가 부럽다. 목요일, 윤 과장이 팀을 맡게 됐다. 회사에선 나에게 부산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중간퇴직금을 받아 주식 투자했다가 날린 사실을 아내도 알았다. 금요일, 회사 로비에 방이 붙었다. 그 길로 회사를 나와 거리를 쏘다녔다. 오랜만에 고향에 있는 늙은 부모를 만나고 왔다. 아내와 딸, 아들도 모두 사정을 눈치챈 듯 하다. 다시 월요일, 바쁜 출근길이다.MBC TV '베스트극장'이 23일 방영한 '달려라 장부장'(극본 송미현, 연출 오현창)은 지극히 평범한 40대 샐러리맨의 삶을 압축한 일기였다. 집안에서는 뻥뻥 큰소리치지만 회사에서는 능력있는 후배에 치어 위태로운 장팔봉 부장(김명국), 캐나다로 아내와 아이를 보내고 뒷바라지 때문에 홀로 한국에 남은 입사동기 고영석 부장(조형기)에게서 시청자는 바로 자기자신, 혹은 내 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후배와 자녀에게 밀려 회사와 가정에서 권위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장 부장은 보탬도 부족함도 없이 전형적인 40대 가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달려라 장부장'은 IMF에서도 살아남은 40대 남성의 생애에서 가장 위태로우면서도 극적이었을 시기로 기억될 1주일을 찾아내 드라마화했다. 일기를 쓰듯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허구의 주인공인 장 부장을 현실 속의 인물로 끌어들였다. 장 부장이 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가족애라는 결론은 상투적인 교훈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나도 평범해서 간과하기 쉬운, 우리 주변의 인간과 그들을 다독이는 힘의 원천이 '달려라 장부장' 에는 살아있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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