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兵風)공방의 김대업(金大業)씨 테이프에 대해 '김도술씨 목소리인지는 판단할 수 없으나 조작 편집된 것은 아니다'는 검찰 발표가 나왔을 때 직감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한테 좋은 싸움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24일과 25일 두 당은 검찰 발표 중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키며 상대방을 몰아세웠다.24일 나온 민주당 논평의 제목은 '김대업씨의 녹음 테이프는 편집되지 않았다'이다. 이 전제에서 "처음에는 녹음테이프가 없다고 하다 중간부터 조작이라고 주장해 온 한나라당의 억지는 거짓으로 드러났다"는 공격이 나왔다. 반면 한나라당은 25일 논평에서 "검찰이 김도술씨 음성에 대해 판단불능이라고 결론지은 것은 테이프가 처음부터 조작됐다는 근거"라고 기세를 올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주장에는 나름의 논리와 함께 성급한 억지가 똑같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검찰의 중간 수사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정치권이 이처럼 요란하게 아전인수식 논쟁을 벌이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어차피 병역비리 수사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쟁점이 하나 둘이 아니어서 각 당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발표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정치권이 각자 맘에 드는 부분만 발췌해서 수사 내용을 정쟁화하면 먼 길을 가야하는 검찰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혼란스럽고 피곤해질 수 밖에 없다. 검찰 독립, 수사권 보장 원칙에 정치권이 귀를 막아 버린 지 오래이기 때문에 이처럼 현실론으로 호소해 보지만 얼마나 효험이 있을지 솔직히 회의적이다.
그러나 엊그제 검찰발표는 양 당의 '떼쓰기'는 끼어들지 않아도 될, 중간발표에 불과한 내용이었다. 가만히 있어야 할 일을 분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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