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일본 경제산업상은 6월에 무디스의 일본 국채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반발하면서 “일본이 에이즈의 나라인 보츠와나보다 등급이 낮은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그러나 무디스의 보츠와나 평가는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놀랍게도 지난 수 십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는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인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과 중국도 아닌 바로 보츠와나라고 보도했다. 세계은행의 통계도 보츠와나가 1966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연평균 7%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줬다고 증명하고 있다.
독립 당시에 국민소득 80달러에 고등학교 세 곳, 포장도로는 5㎞에 불과했던 아프리카 최빈국 보츠와나는 현재 국민소득 6,600달러의 개발도상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축통화인 풀라(pula)도 국유화된 다이아몬드 광산과 광활한 초베 야생동물 공원에서 나오는 관광수입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통화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보츠와나의 성공 원인은 다이아몬드 수출로도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1967년 사막 아래에서 발견한 다이아몬드 광산은 보츠와나 경제를 일으킨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콩고나 베네수엘라는 금과 석유라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도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비즈니스위크는 보츠와나의 성공을 개방경제와 정부의 신중한 정책 두 가지로 분석했다. 워싱턴 카토 연구소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다. 세금이 낮고 규제가 적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활동하기 좋으며, 외국 자본에 대한 저항감도 적은 편이다. 경제 자유도는 한국, 프랑스와 동등한 38위를 기록했다.
보츠와나 정부는 다이아몬드 광산 수입을 거대한 과시용의 비행장을 세워 낭비하거나 스위스 은행으로 빼돌리지 않았다. 또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 된 다당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작년도 국가별 부패지수도 26위로 42위인 한국보다 부패가 없다.
그러나 보츠와나의 당면 과제는 역시 높은 에이즈 감염률이다. 15~40세 인구 중 38.5%가 에이즈 보균자다. 페스투스 모가에 대통령은 “에이즈로 인해 훌륭한 젊은이들을 잃어가고 있다” 며 통탄했다.
평균수명도 91년의 65세에서 최근 39세로 급강하했다. 보츠와나 정부는 2000년 7월부터 미국의 빌 & 멜린다 재단과 에이즈 퇴치를 위한 계획을 시행 중이다. 이제 15~18세 청소년들의 감염률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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