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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글속의 성희롱' 日출판가 화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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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글속의 성희롱' 日출판가 화제로

입력
200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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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츄얼 허라스먼트(textual harassment)’에 대한 사례 연구 ‘비난받는 여자들_텍스츄얼 허라스먼트는 무엇인가’가 요즘 일본 출판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는 기업가이자 집필가인 하세가와 키요미. 텍스츄얼 허라스먼트란 ‘글 속에서 행해지는 섹슈얼 허라스먼트(성희롱)’를 말한다. ‘펜 끝의 성희롱’이라고 할까. 이 말은 ‘2002년 현대용어의 기초지식’이라는 유명한 일본의 현대용어 사전에 새로운 용어로 추가되기도 했다.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1장은 소송 사건인 ‘오루타 사건’의 경위를 다루고 있다. 이 사건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알트 컬처’의 일본판인 ‘오루타 컬처’에 “여성 SFㆍ판타지 평론가 고타니 마리가 사실은 미국문학자이자 SF평론가인 남편 타츠미 타카유키의 필명이며, 고타니 마리는 남성”이라고 단정하는 글이 실린 것에 대해 고타니 마리가 이 글의 필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4년에 걸친 재판 끝에 원고인 고타니 마리의 전면 승소 판결로 끝이 났다.

제2장은 일본의 여성 정치가들이 잡지에서 어떤 식으로 다뤄지고 있는가를 조사한 것이다. 정치가로서의 능력보다는 패션과 헤어스타일에 대해 흥미 위주로 다뤄지고 있는 면이 많으며, 현모양처라는 인식의 틀 속에서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점을 실례를 들어 지적한다. 또한 대표적인 남성사회인 정계에 여성이 끼어들었을 때에 여성 정치가가 어떻게 취급당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제3장에서는 고타니 마리와 도쿄대 교수인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 기타하라 미노리, 사이토 타마키의 좌담이 실려있다. 여기서는 텍스츄얼 허라스먼트를 둘러싸고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여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문제와 표현의 자유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 특히 흥미롭다.

이 책은 ‘펜 끝의 성희롱’으로 인해 여성이 어떤 식으로 부정당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은 한국보다는 덜 하다 해도 역시 뿌리깊은 남성중심사회다. ‘펜 끝의 성희롱’은 그런 남성중심사회에 여성이 진출했을 때 사회가 그 여성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우 사회를 대표하는 것은 펜이라는 이름의 권력이다. 일본 여성들은 그러한 매스미디어를 포함, 사회 곳곳에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젠더 문제를 종합적이고 분석적으로 인식하며 비판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진행시키고 있는 것 같다.

황선영<일본 도쿄대 비교문학ㆍ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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