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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정상회의 시위 비상

입력
200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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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부터 내달 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174개국 6만여 명과 100명이 넘는 국가수반이 참석해 열리는 사상 최대의 국제회의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를 앞두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반세계화 단체들이 회의 저지를 공언하는 등 시위 비상이 걸렸다.남아공 정부는 사실상 비상사태에 돌입해 대비에 나섰지만 2년 전 반세계화 시위로 회담 진행이 순조롭지 못했던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회담과 제네바 G8(선진7개국과 러시아)회담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반세계화 시위

남아공 반 민영화포럼(ARF) 등 반세계화 단체 지도자들은 22일 대책회의를 갖고 지구정상회의 저지를 공언했다. 트레보 은과네 ARF 대표는 “지구정상회의를 봉쇄하는 것이 우리의 염원”이라면서 ‘우리는 시애틀과 제네바에서 일어난 일들에 고무돼 있다’고 밝혔다.

저명한 반세계화 운동가인 데니스 브루투스는 “WSSD는 1992년의 리우 정상회의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세계화에나 도움이 될 뿐 빈곤 퇴치에는 실패할 것”이라면서 “결국 아무 결과도 도출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세계화 단체들은 31일 전세계의 소작농과 농민, 환경, 사회단체 활동가 등 7만 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계화와 G8의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신파트너십(NEPAD) 계획 등에 반대하는 대규모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요하네스버그의 빈민촌 알렉산드라에서부터 지구정상회의가 열리는 번화가 샌드턴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이 행진에는 아프리카와 전세계의 400여 개 비정부 기구 활동가들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 정부는 회담장 주변에 경찰 8,000여 명을 동원, 경계태세에 나섰다.

남아공 정부나 행진 주최측은 행진이 평화적으로 열리길 바라고 있으나 최근 수 주 간 폭력 시위와 구금 등이 이뤄지고 있어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21일에도 남아공 소작농운동(LPM)회원과 노숙자 등 2,000여명이 요하네스버그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77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회의 규모와 일정

이번 WSSD의 목표는 10년 전인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행동강령 ‘의제 21‘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실천목표와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다.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 2002‘ 또는 ‘리우+10’으로도 불리는 이번 회의는 기조연설을 신청한 국가가 174개국, 참가 인원이 각국 정부 대표단과 비정부기구 대표 등 6만 여명에 달해 117개국 3만 여명이 참가한 리우 회의의 두 배를 넘는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57개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 40개국 총리, 7개국 부통령, 11개국 부총리가 참석해 100명이 넘는 국가수반이 한 자리에 모인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대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보낼 예정이어서 비난을 사고 있다.

공식 일정에 앞서 23일부터 25일까지 지역별, 그룹별 회의를 통해 이행계획 미합의 쟁점에 대한 사전협상이 벌어진다. 개회식이 열리는 26일부터 28일까지 농업, 금융ㆍ 무역, 기술이전, 정보ㆍ교육ㆍ과학, 수자원, 에너지 등에 대한 분야별 토론과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29일부터 30일까지 지역패널 토론과 비정부 주요그룹의 발표가 있다.

31일과 9월 1일은 휴식을 취한 뒤 9월 2일부터 4일까지 5개 회기로 나눠 각국 수석대표가 기조 연설을 하는 정상회의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4일 오후 정상급 대표들의 일반 토의와 이해당사자 포럼에 이어 회의 결론에 해당하는 최종문서를 채택함으로써 회의가 끝난다.

한편 선진 부국과 빈국 대표들은 본 회의를 앞두고 예비 모임을 열어 빈곤퇴치, 빈국 외채탕감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를 벌이고 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무역 자유화를 저해하는 어떤 변화에 대해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미 정부 관리들이 21일 밝혔다.

미국은 이와 함께 45억 달러 규모의 환경 보호, 빈국 지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부분이 이미 공표된 것이며 에이즈나 지구 온난화문제에 관련해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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