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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새로운 분야 도전을

입력
200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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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동방기독교가 얼마나 힘겹게 생존해왔는지를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서양에 관상이, 그것도 오랫동안 존재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동방기독교와 동서문명’ ‘서양의 관상학 그 긴 그림자’라는 두 권의 책을 통해서 였습니다.서울대 동양사학과 김호동 교수가 7월초 내놓은 ‘동방기독교…’는 로마 중심의 서구 정통 기독교와 달랐던, 5세기 이후 내몽골 등 아시아 내륙 초원과 사막에서 1,000년 이상 독자적으로 생존한 동방기독교를 다룬 국내 최초의 책입니다. 흥미진진한 내용과 평이하면서도 명료한 필체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학계에서는 국제 수준의 학술서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설혜심 연세대 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의 ‘서양의 관상학…’은 서양의 관상이라는 보기 드문 분야를 다룬 책입니다. 저자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도 이런 내용의 책이 드물다며 영어로 번역하겠다고 합니다. “생김새를 통해 사람과, 민족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제도 돋보입니다.

‘책과 세상’에 저자 인터뷰 또는 상자 기사를 통해 소개된 이들 책을 굳이 다시 거론하는 것은 중복출판, 모방출판이 판치는 우리 출판 풍토에서 아주 드문 책이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실제로 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 관련 책이 30종 가까이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TV사극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제마와 사상의학 관련 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출판이 사회적 이슈나 관심거리를 발 빠르게 반영하는 것은 필요합니다만, 그것이 지나쳐 속도 경쟁으로 치달으면 부실한 내용의 책이 양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만의 책은 있습니다만, 그것은 대부분 우리 고유의 풍습과 문화를 다룬 것입니다. 반면 이들 책은 우리와는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것을 다루면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였습니다. 나중에 같은 주제의, 더 훌륭한 책이 나오면 이들 책 두 권의 문제점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호동 교수가 ‘동방기독교와 동서문명’ 머리글에서 “앞으로 우리 학계도 남들이 흔히 하는 문제들에만 치우치지 말고 희귀한 분야에도 눈길을 돌릴만한 여유를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점은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꼭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특이한 분야를 하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올려놓겠다는 생각으로, 기존 성과에 편승해 학문을 하고 책을 내는 것은 지양하자는 것으로 기자는 이해합니다. 이들 두 권의 책이 학계와 출판계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는데 자극제가 됐으면 합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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