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구소련 시절 사회주의 형제국 정상들의 회동을 상기시킬 정도로 강하게 포옹하면서 만났다.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정상 회담장인 블라디보스토크 9번거리 연해주지사 영빈관에 들어서자 밝은 모습으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 김 위원장도 러시아어로 "로드라스트부이체(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푸틴 대통령을 끌어안고 뺨을 부볐다. 푸틴 대통령은 "일년 만에 또 만나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여행 소감을 물었고, 김 위원장은 걸걸한 목소리로 "1,000% 만족한다"고 화답했다.
단독회담과 만찬으로 이어진 두정상의 회동은 당초 예정보다 2배나 김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고,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크렘린은 전했다. 회담이 종료되자 김 위원장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두 팔을 높이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고, 푸틴 대통령은 회담 내용을 간단하게 브리핑했다.
이에 앞서 이날 아침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오전 내내 벤츠 리무진을 타고 시내 곳곳을 누볐다. 김 위원장은 먼저 6층짜리 쇼핑센터 '이그나트'에 들러 30여분 간 슈퍼마켓 등을 둘러보았고, 지역 특산품을 상품화하는 비결을 묻기도 했다. 또 러시아 여가수인 루드밀라츠키나의 CD가 있느냐고 질문, 개인적 취향도 내비쳤다.
북측 수행원 중 일부는 카트를 끌고 김 위원장을 따르면서 호밀빵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전통술 판매점에서 '우스리스크 발잠'이라는 술에 관심을 표하자 잠시 후 수행원들이 수십 병을 사는 장면도 목격됐다. 김 위원장은 동행한 유리코필로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이 러시아정교회 전통 성화인 '이콘'을 선물하자 "평양에 정교회 성당을 지어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호텔인 '가반'에서 세르게이 다르킨 연해주지사, 장성택(張成澤)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과 헤드테이블에 앉아 경협방안을 논의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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