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합군이 서울 목동지역에서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 일대 상권을 확보한 백화점 ‘행복한 세상’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현대백화점이 이달 말 들어서기 때문이다.이들 두 업체는 태생, 매장 규모 및 성격, 영업전략 등에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비견될 만큼 대조적이다. 특히 행복한 세상의 선전 여부에 따라 중소기업 제품의 백화점 진입과 중기ㆍ벤처 인큐베이팅 실험의 성패가 갈려 업계의 관심이 남다르다.
올해로 창립 2돌을 넘긴 행복한 세상은 정부가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위해 전액 출자해 세운 공기업 백화점. 600여개 입점업체 가운데 90% 이상이 중소기업 제품이고 매출액 비중 역시 88%에 달한다.
행복한 세상측이 내세우는 차별화 전략은 ‘장인(匠人) 정신’. 가구와 생활소품 혼수용품 등 수입제품이나 대기업 제품이 흉내낼 수 없고 전국 어느 매장에서도 구경할 수 없는 ‘토종 명품’들을 한 건물에 모았다는 점에서 일반 백화점에 익숙한 소비자에게는 새롭고 알뜰한 쇼핑 기회를 제공한다.
행복한 세상은 최근 하나로마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식품매장을 보강한 데 이어 가구ㆍ가전매장, 아동 매장과 놀이ㆍ문화공간을 확장하는 등 경쟁 채비를 갖췄다.
이미 지난 해 개장한 목동 까르푸가 개장하면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면서 차별화에 성공하는 등 나름의 노하우도 갖췄다. 지난해 1,324억원의 매출을 올린 행복한 세상은 올해 매출 목표를 당초(1,598억원)보다 더욱 늘린 1,602억원(전년비 21%)으로 조정했다.
반면 현대 목동점(영업면적 1만8,300평)은 우선 규모면에서 행복한 세상(6,300평)의 3배다. 1985년 현대 본점(압구정점) 개점과 함께 백화점사업을 시작해 전국 13개 매장(목동점 포함)을 보유한 유통 강자로 그간 쌓은 노하우나 고객관리ㆍ판매기법 등에서도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목동점의 경영컨셉은 ‘세련되고 앞선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백화점’. 구찌 발리 등 고가의 해외 명품을 비롯한 국내외 패션ㆍ가전 명품 중심으로 매장을 꾸미는 한편 각종 이벤트홀과 극장(7개관) 식당가 등 편의시설에 4,600여 평의 공간을 할애했다. 현대백화점측은 목동점의 올해 4개월간 매출이 약 1,500억원으로 행복한 세상의 지난 해 1년 매출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백화점의 승부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행복한 세상의 고전을 예상하는 쪽은 두 업체간 경쟁력 격차와 소비자 기호의 고급화추세을 근거로 든다.
한 관계자는 “행복한 세상의 성패는 할인점 및 백화점 등과의 철저한 차별화 전략에 달려있다”며 “대기업 가전매장 유치 등 구색 맞추기식 대응은 독자적인 고객층 확보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중ㆍ저가 알짜상품 이미지가 정착된 만큼 현대 목동점과 보완적 영업이 가능하고, 중ㆍ장기적으로는 유통 상권이 커져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행복한 세상측도 현대 목동점 개점으로 고객들의 영등포 상권 이탈이 가속화해 서울 강서권 총 수요 1조5,000억원 가운데 현대가 5,100억원 행복한 세상이 2,300억원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현대 목동점은 개장에 맞춰 대규모 사은행사와 가격인하, 문화이벤트 등을 기획하고 있다. 이에 맞서 영등포 롯데와 신세계도 ‘물타기’식 사은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강서권의 소비자들은 ‘백화점 전쟁’을 즐기며 한층 다양한 쇼핑기회를 누리게 됐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