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은행이 선정된 직후.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 외국 언론은 경쟁자였던 미 론스타 펀드의 수정제안 내용을 전하며 ‘음모론’을 제기했다.골자인즉 이렇다. 론스타는 현금 인수대금 9,000억원 외에 향후 이익 공유를 통한 추가 보전분을 당초보다 2,000억원 높인 3,500억원으로 제시, 1조1,000억원을 제시한 하나은행의 인수 조건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는 얘기였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특정 종목의 보고서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로 UBS워버그와 메릴린치증권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서도 외국 언론들은 일제히 가시 돋친 ‘펜’을 들었다.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보고서 선별 제공을 가로막아 기업 조사나 분석 업무 전반에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외국 증권사에 대한 표적 조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외신들은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건에서도, 대우자동차 매각 건에서도 늘 이랬다. 항상 사실관계에 근거해 기사를 작성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의 잣대로 사안을 평가하는 것처럼 포장됐지만 이면에는 ‘역(逆)음모’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편향적 시각을 깔고 있었다.
론스타가 추가로 보전하겠다고 한 3,500억원은 한도 금액일 뿐 실제 이익이 뒷받침이 안 될 경우 단 한푼도 받을 수 없는 허구의 수치다. 만약 하나은행이 ‘합병은행 주가가 오를 경우 2조원 이상도 회수할 수 있다’고 했다면 인수대금을 2조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진짜 우려되는 것은 늘 이 같은 외신 보도들이 국내 정치권, 노조, 그리고 언론에서 입맛에 맞게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안의 본말을 전도하고 스스로 외국에 흠집을 잡힐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어쩌면 외국 언론들은 우리의 이 같은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또 너무나 잘 이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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