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된다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꼭 명예회복을 하고 싶습니다.” 권총부문 국내 1인자이면서도 올림픽에서의 불운으로 ‘비운의 총잡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부순희(35ㆍ우리은행)가 암을 딛고 재기에 나섰다.4월초 위암수술을 받았던 부순희는 최근 완치 판정을 받고 30일 개막하는 제27회 육군참모총장기대회에서 스포츠권총, 공기권총 2종목에 출전한다. 부순희는 94년 세계선수권과 99년 월드컵파이널스, 2000년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하며 90년대를 풍미했지만 올림픽과는 유난히 인연이 없었다.
88서울올림픽부터 2000시드니올림픽까지 늘 메달 후보로 지목됐지만 한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더구나 시드니올림픽 직후 언니와 시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등지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부순희는 지난해 천안 전국체전 사격 25㎙권총에서 696.3점으로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작성, 줄기찬 도전을 이어갔다. 올 부산아시안게임 정상 정복을 장담했던 그가 충격적인 암 선고를 받은 것은 3월 중순. 속이 좋지 않아 내시경검사를 받았는데 위암 초기판정을 받았다. 부순희는 동계훈련에 함께 했던 김영미(43) 감독을 붙잡고 목놓아 울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부순희는 7월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5월 회장기 대회 때 훈련 없이 참가, 저조한 성적을 보였던 부순희는 이후 훈련강도를 높여 현재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체중(현재 42kg)이 수술전보다 4kg정도 줄어 체력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 감각은 예전이나 다름없다”며 “암 선고도 사격에 대한 나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순희는 “남편과 아들이 아테네올림픽까지 뛰라고 격려해 줘 힘이 된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격인이 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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