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나 분노는 격렬하고 극적이지만 찰나적이다. 이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관통하는 보다 근본적인 우리의 정서는 정(情)이다.28일 첫 방송하는 SBS스페셜 24부작 ‘정’(극본 장영철, 연출 정세호)은 사랑과 배신, 미움과 같은 극적인 자극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섬세하고 파고들어간다. 드라마는 타인이던 여성이 며느리로서 그리고 형수 또는 새언니로 한 가족에 편입돼가는 과정을 따라 전개된다.
지난해 결혼한 새내기 주부 김지호와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유준상이 사랑의 환상은 사라지고 결혼의 현실에 짓눌리기 시작하는 결혼 3년차 부부 미연과 병수를 연기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온갖 미운 정과 고운 정으로 얽힌 가족의 일상이 펼쳐진다.
홀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만 믿고 고시생이던 병수와 결혼한 미연. 벌써 결혼 3년째다. 고시공부를 중도에 포기하고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된 병수는 실적은 꼴찌에 어눌하기 짝이 없는 남편. 시댁 식구들도 하나같이 미연의 근심을 더해줄 뿐이다.
일찍부터 술과 노름, 여자에 빠져 집안을 풍비박산내고 일찌감치 세상을 뜬 줄 알았던 시아버지 태봉(박근형)은 일곱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가족들 앞에 나타난다.
시동생 철수(김석훈)는 배짱 두둑하고 맞장을 뜨면 절대 져본 일이 없는 터프한 성격에 돈 되는 일이라면 노름판 딜러, 땡처리 중개업 등 물불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기 일쑤고, 시누이 을숙(김사랑)은 순박하나 걸핏하면 남에게 속고 들어오는 타입.
게다가 남편 병수는 일 때문에 만난 신경회사 의사 지선(양정아)과 우정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묘한 관계로 발전해 속을 썩인다.
독특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벌이는 자그마한 사건들이 삶을 되돌아보는 잔잔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홍길동’ ‘청춘의 덫’ ‘경찰특공대’의 정세호 PD가 연출한다. 정 PD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담으려고 한다.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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