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전통문화만 소개해서야 한국어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있겠습니까.“일본 도쿄(東京)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오고시 나오키(生越直樹) 교수는 최근 수업에 사용하기 위해 한국 국제교육진흥원에 한국 소개 비디오를 요청했다가 실망을 금치 못했다.
한국의 역동적인 경제발전과 사회ㆍ문화상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기대했으나 1995년 국립영화제작소가 제작한 ‘한국인의 생활’ 등 6개의 테이프는 아들을 낳기 위해 산모의 발 밑에 도끼를 놓는 등 조선시대의 전통문화만 담고 있었기 때문.
호주 그리피스대의 정재훈 교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국제교육진흥원에 요청, 한국소개 비디오테이프를 받았지만 전통문화 중심으로 돼 있어 자칫 한국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지 모른다는 우려로 교재로 사용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한국의 드라마나 뉴스 등을 이용, 현대 한국의 문화소개와 대화학습이 동시에 가능한 동영상을 손수 만들어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월드컵 성공개최로 세계 곳곳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한국의 현대 사회상을 알리는 시청각 교재가 전무해 포스트 월드컵 한국 알리기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월드컵 이후 급증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시청각 교재 수요를 충족해줄 기관은 하나도 없는 형편.
한국어 해외보급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어세계화재단, 국제교육진흥원 등 4개나 되지만 이들 기관은 한국의 최근 경제와 문화를 알리기 위한 시청각자료 제작 사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으로부터 요청은 있지만 예산상 문제 등으로 당분간 한국의 현대 사회에 대한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붐이 상대적으로 높은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 비영어권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국어 학습교재도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어 학습교재 대부분이 영어권 외국인을 위한 것이어서 발음체계나 기호가 다른 비영어권에서 그대로 통용되기 어렵기 때문.
베트남 하노이대의 조명숙(趙明淑) 교수는 “하노이대 한국어과 학생 대부분은 한국어 교재에 나온 '언니는 서울에 간다'를 읽을 때 ‘에온니네온 세우네 깐다(eonnineun seoule kanda)'로 발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한국에서 제작된 한국어학습교재 대신 자체적으로 만든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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