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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자 이오덕씨 실명 비판서 내 "아동문학 영웅주의·생태 왜곡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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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자 이오덕씨 실명 비판서 내 "아동문학 영웅주의·생태 왜곡 심각"

입력
200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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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주의를 부각시켰다.” “작가가 자연의 생태를 너무 모른다.”원로 아동문학가 이오덕(77)씨가 최근의 아동문학작품을 비판한 책 두 권을 한꺼번에 냈다. 실명을 거론하며 아동문학 작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문학의 길 교육의 길’과 ‘어린이책 이야기’(소년 한길)로 아동문학 실명비평 단행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호평을 받은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에 대해 이씨는 따뜻한 시선과 생생한 사실성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영웅’의 설정을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영웅은 영호 아저씨. 그 역시 가난한 아이들이 사는 괭이부리말 출신으로 버림받은 아이들을 데려와 먹여주고 돌보는 청년이다. 그의 영향을 받아 문제아 동수가 착한 아이로 바뀌는 등 이야기는 영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씨는 이에 대해 “현실에서는 영호같은 인물이 존재하기 어렵다” 며 “그런 인물이 없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렸어야 했다”고 말한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줄거리도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읽힌다고. 하지만 이야기 흐름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이씨는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들판에서 자유스럽게 살아온 청둥오리가 사람들에게 잡혀 집안 마당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 또 닭은 대개 나무 위에서 잠을 자는데도, 주인공인 암탉 ‘잎새’가 나무 밑 땅바닥에 둥지를 짓고 지내다 족제비에게 잡아 먹힌 것은 작가가 닭의 습성을 몰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권정생의 ‘비나리 달이네 집’, 박기범의 ‘문제아’, 윤태규의 ‘이상한 학교’ 등은 구성이나 표현, 감동 등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씨는 또 김이구 창작과 비평 기획실장이 1998년 계간 ‘아침햇살’ 겨울호에 실린 ‘아동문학을 보는 시각’에 대한 반론도 실었다.

김 실장은 이 글에서 “이오덕은 일하는 아이들만이 진정한 아동이고… 참된 아동문학은 일하면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생활과 감정과 꿈을 그들의 편이 되어 그리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지나친 사교육과 컴퓨터에 대한 몰두로 옛날처럼 뛰어 놀지 않는 등 아이들의 생활이 크게 바뀌었다” 며 “아동문학도 이런 현실 속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이제 ‘일하는 아이들’은 과거처럼 노동에 종사하는 아이들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일도 하고 무엇을 만들고 가꾸고 기르고 관찰하는 아이들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 며 “아이들의 그런 현실을 제대로 알고 정확하게 그리기 보다는 책상에 앉아 상상만으로 글을 쓰려 하는 요즘 아동문학 작가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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