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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시평] 구조구정 해법은 신뢰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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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시평] 구조구정 해법은 신뢰경영

입력
200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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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침체와 함께 달러화의 가치가 연일 하락하면서 세계 경제의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튼튼한 기초체력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주택경기의 호조와 생산성 위주의 성장지속 등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과시했지만 월가의 증시 부양에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현재 미국인은 기업과 정부 정책, 나아가 시장에 대해서조차 예전과 같은 신뢰감을 갖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주가 하락이 또 다른 주가 급락을 가져오고, 수요 감소가 또 다른 수요 위축을 몰고 오는 미국 경제의 악순환은 우리나라의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우리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환란을 잘 극복한 사례로 대내외의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를 비롯, 피치IBCA와 S&P 등이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잇달아 올렸다. 외환위기를 겪은 남미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신용이 올A 등급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더불어 월드컵을 통해 국민적 에너지의 결집도 확인됐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전체적인 구조조정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 GDP의 29%에 해당하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은행 등 금융권에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당초 기대한 만큼의 구조조정을 달성하지 못했다. 우리가 실천해야 할 구조조정은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결코 통과할 수 없는 고통스런 과정이다. 세대·계층·지역·노사 갈등이 수반되는 구조 조정을 서로간의 믿음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월드컵 대표팀을 통해 또 하나 우리가 배운 것은 신뢰의 중요성이다. 준비 과정에서 감독은 선수들의 신뢰를 이끌어 내었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이겨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이 보여준 성공을 이제 우리 경제에서 구현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에서 신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투명한 경영이 곧 신뢰의 바탕이라는 당연한 전제에서 볼 때 기업 경영의 본질에 합당하지 않은 행위를 벌인다거나 기업의 도덕률을 망각한 채 초래되는 불공정한 일은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게 된다. 기업은 영업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과실 외에는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그 과정도 편법이 아닌 지극히 정상적이고 정당하여야 한다.

신뢰는 글로벌스탠더드 시대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며 참된 구조조정은 신뢰의 바탕 위에서 이뤄진다. 지금 많은 기업들이 ERP(전사적 자원관리) 등 경영혁신 수단의 도입을 통해 한 톨의 자원도 헛되게 사용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는 것도 신뢰경영을 향한 생존차원의 힘겨운 노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동혁 대한제당(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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