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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아이 키우기가 힘드네/남성 16명의 육아기 '아빠 뭐해?' 책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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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아이 키우기가 힘드네/남성 16명의 육아기 '아빠 뭐해?' 책나와

입력
200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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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아이 돌보기. 휴일에 아내를 도와 아기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타는 정도는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아예 육아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면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페미니스트잡지 ‘이프’가 아내를 대신해 육아휴직을 하거나 직장이 지방인 아내를 대신해 자녀들을 돌보는 아빠 등 16명 남자들의 좌충우돌 육아기를 묶어 ‘아빠 뭐해?’라는 책을 펴냈다. 역시 ‘이프’가 펴낸 일하는 엄마들의 육아기 ‘엄마 없어서 슬펐니?’의 후속으로, 남편 버전이다. 이들 가운데는 ‘육아하지 않는 아빠는 아빠가 아니다’는 신념을 가진 신종 아빠가 있는가하면, 육아는 당연히 엄마 몫이라고 주장하다 환골탈태한 아빠도 있다.

엄마를 위한 육아책은 많아도 아빠를 위한 육아책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형편이니 이들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진보적이라는 직장인데도 인사위원회까지 열린 끝에 간신히 1개월의 육아휴직을 얻어내거나 정말 집에서 애를 보고 있는지 확인전화를 해대는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성역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은 두터웠다.

이들의 육아기는 처절하다. ‘손에는 물 마를 때가 없고 씻을 시간이 없어 머리와 얼굴은 엉망이다. 아내에게 ‘“집에서 놀면서 애도 제대로 못 보냐”고 호통을 치던 남자의 무지를 깨닫는다.’(권복기. ‘한겨레신문’ 마케팅부 기자) ‘일요일에 기저귀를 차는 아이를 데리고 출근을 하면서 자식들이 원수처럼 여겨지는 순간을 겪어봤다.’(김세중. 서울대 국악과 강사) 돈벌이는 아내에게 맡기고 큰 딸의 과외선생 역할과 쌍둥이 아들의 양육을 떠맡은 방대수(문필가)씨는 ‘육아는 여자가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이들은 고군분투하면서 가부장적 아버지에 대한 반성과 아내의 일과 가족 구성원의 개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가족을 향한 깨달음을 얻어간다. 편안하고 군림하는 가부장의 자리를 버리고 아내와 어려움을 나누며 새로운 가족상, 남녀의 역할재조정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그래서 이 처절한 육아기는 좋은 아빠가 되기를 원하는 남자에게는 필독서. 가끔 설거지 도와주는 것으로 생색내는 남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빠 뭐해?’는 남녀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한편 결혼을 해 가족을 이루는 것의 의미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 대답은 남들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을 저자들의 글에 들어있다. 변상욱(CBS방송위원)씨는 “사람은 혼자 사는 맹수가 되지 않기 위해 가족을 이룬다”고 말하며 김성희(前 참여연대간사)씨는 “결혼말고 실현 가능한 더 나은 대안을 못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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