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사면 또 후회할 것 같은데…” 지난 19일 하루만 제외하고 열흘 연속 지수가 상승하는 등 증시에 훈풍이 솔솔 불자 주식매입 혹은 주식형펀드 가입을 고민하는 개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변화의 조짐은 보수적인 부자고객들만 상대하는 시중은행의 PB(프라이빗뱅킹)센터 창구에서도 엿보인다. 통상 은행 PB센터 고객들은 주로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통해 부를 일궜고, 여전히 이를 최고의 투자자산으로 여기는 고객들.
우리은행 서초동PB센터 김우신 팀장은 22일 “5억~10억원 정도의 금융자산을 가진 고객들을 중심으로 주식에 대한 문의가 최근 부쩍 늘었다”며 “이들 고객들은 ‘주가가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것 아니냐’며 증시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재테크팀장들 사이에도 주식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보수적인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이들은 주가가 올라갈 때는 상투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내려갈 때는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주식에 대해 방어적으로 상담을 하는 게 관행이었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 팀장은 “지금은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게 시장흐름에 편승하는 것”이라며 “주가가 빠질만큼 빠졌고, 우리나라 펀더멘털에도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세도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고, 당장 오를 것 같던 예금금리도 주춤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투자자라도 자산의 30%는 주식으로 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우신 팀장도 “주가는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추세다. 부동산도 꼭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산의 일부를 주식으로 운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증시주변의 자금흐름도 좋아졌고, 전문가들의 시장분석도 ‘긍정론’으로 기울고 있다.
주식 고객예탁금은 지난 16일 8조8,779억원에서 사흘 연속 상승, 21일 현재 9조280억원에 달하고 있고, 위탁자 미수금도 5,453억원에서 6,489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날도 766억원을 순매수하는 사흘 연속 사자에 나서는 등 우호적 자세로 돌아섰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현재 주식시장은 750~760선에 놓여있는 저항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최근 미국증시 안정과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호전을 미뤄볼 때, 이 저항선을 극복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도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21일부터 박스권(5.2~5.4%)을 탈피, 채권시장에 몰려있는 단기부동자금이 채권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최소한 지수의 방향성은 이제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증시기반이 양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타이밍을 무시하고 주식비중을 당장 높여서는 안된다”며 “주식시장은 통상 오른쪽 바닥이 높은 이중바닥을 만드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아직은 기다릴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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