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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난타/고3 수험생 엄마들의 '속내' "차라리 내가 공부하는 편이 나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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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난타/고3 수험생 엄마들의 '속내' "차라리 내가 공부하는 편이 나아요"

입력
2002.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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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일(11월 6일)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고3 수험생인 아들ㆍ딸과 힘든 여름을 보냈던 엄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자식들의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신경쓰고 애태우는 고3엄마 김은영 이영희 한일봉씨가 수험생 뒷바라지의 노하우와 속내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또 올해 초 작은 딸을 대학에 보낸 박관성씨가 수험생 엄마노릇 3년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합석했다

-우리 애가 고3이 되었을 때 정말 우울하더군요. 새벽에 깨면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수능시험이 임박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군요.

-아침에 아이에게 인터뷰하러 외출한다고 했더니 “엄마, 고3엄마 맞아?” 하더군요. 사실 나는 ‘고3엄마 같지않다’는 말을 들은 게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요. 엄마가 초조하고 불안해 하면 아이는 더 힘들어지죠. 엄마가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를 도와주는 길이죠.

-오늘 아침에도 아이가 늦게 일어나 아침을 걸렀어요. 본인은 ‘걱정말라’고 하지만 집에 남아있는 엄마는 애가 탑니다. 차라리 내가 대신 공부하는 편이 낫겠어요.

-입시는 체력싸움입니다. 우리 애는 미대를 지망하는데 하루에 8시간씩 서서 그림을 그리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최근에 경락을 받게 했을 정도입니다.

-우리 애도 발마사지 티켓 끊어 주었어요. 남편은 자기도 한 번 해보지 못한 걸 시킨다고 하더군요. ‘엄마가 해준 게 뭐냐’는 소리 들을까 싶어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입시는 ‘엉덩이싸움’이라는 데 우리 애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질 못해요. 본인은 집중해서 공부하니까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제 마음은 바싹바싹 타지요. 우리야 자식들이 ‘숨쉬기 운동’외에는 입시공부에 진력해주길 바라는 것 아닙니까.

-큰 애가 대학에 들어가고 둘째 애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데 한 번 겪어보니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고3이 되기 전에 미리 작업을 해두어야 돼요.

-작업이라뇨?

-우선 고1때부터 내신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봉사활동도 시간 때우는 식으로 하지 말고 환경이나 장애자 등 테마를 정해 장기적으로 해나가야 좋지요. 봉사상을 받아두는 것도 도움이 돼요.

-특기도 중요해요. 우리 애는 영어특기로 대학에 들어갔는데, 특기 한가지만 있으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해찬들교육’의 혜택을 누린 셈이지요.

-사실 복잡한 입시제도로 엄마 역할이 더 커진 셈이에요. 매일 신문이나 인터넷으로 입시전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저는 두 아이를 대학 보내기까지 3년동안 교육기사는 아무리 작은 뉴스도 놓치지 않고 봤지요. 입시가 끝나니까 더 이상 ‘교육기사’가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신문으로는 부족해요. 신문은 교육부 발표만 싣지만 대학별로 전형방법이 모두 다르니까요.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입시전형을 다운 받아 꼼꼼히 읽어봐요. 올해는 수시전형이 작년보다 더 늘어 챙겨야 할 내용이 더 많아졌습니다.

-대학마다 입시요강이 모두 다른 데다 수시 전형이 ‘수시로’ 바뀌니까, 입시담당 교사도 입시정보를 100%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맞춤정보는 결국 엄마가 뛰며 찾을 수밖에 없지요.

-엄마들이 난리를 피우는 것은 틈새공략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사실 대학은 실력대로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욕심부리지 않을 테고 마음도 편해질 텐데. 그 적은 확률의 운을 바라고 뛰는 게 아닌가 회의가 들 때도 있어요.

-노력 위에 실력 있고, 실력 위에 운이 있다고 하잖아요.

-자녀마다 스타일이 다르죠. 밥이랑 용돈만 때맞춰 주면 되는 자립형이 있는가 하면 엄마의 끊임없는 보호와 간섭이 필요한 응석받이가 있으니까 입시 뒷바라지 스타일도 달라져야 되지요.

-우리 애는 자립형이라서 그런지 내가 ‘힘들지’ 하면 무뚝뚝하게 ‘엄마, 그런 소리 하지마’ 라고 합니다.

-밤늦게 끝나는 아이들 실어 나르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저는 한 엄마와 짝을 이루어 승합차를 이용해 아이들을 실어 나르고 있어요. 학교가 밤11시에 끝나니까 집에 들어오면 12시지요.

-주말이나 새벽 시간을 이용해 과외나 학원수강을 시키지요. 주위 엄마들을 보면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은 한밤 중이라도 선생님을 집으로 불러 지도받고 있더군요.

-아이 뒷바라지도 그렇지만 남편 스트레스도 적지 않아요.

-한마디로 실정을 모르기 때문이죠. 자기 때는 그런 식으로 공부 안 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입시제도가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는데 어쩌겠어요.

-아빠는 품위 지키느라 늘 아이 듣기에 좋은 얘기만 하지요. 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대신 저를 들볶아요. 자식과 남편 틈새에서 엄마들만 시달립니다.

-아이 성적이 기대만큼 좋지않다는 사실을 엄마는 쭉 지켜 봤으니 받아들이지만 남편은 못 받아들여요. 수시로 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어 충격을 줄여야 해요.

-입시 때문에 부부관계가 남남처럼 서먹해지기 십상이죠.

-한번 깨진 부부관계는 다시는 연인관계로 못 돌아가는 것 같아요.

-수시전형 지원은 정말로 원하는 데만 응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 번 떨어지면 충격 때문에 수능까지 망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군요.

-수시 원서 쓰려면 시간도 상당히 걸리죠. 엄마가 대신 써주기도 하는데 그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스스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자기 내부를 들여다보고 장점을 끄집어 내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스스로 장점을 찾아내면 나머지 공부에도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 엄마는 도와주는 사람일 뿐 대신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야 합니다.

-대학을 정하는 것도 아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합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활동할 때 정말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을 해야만 그 치열한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것 같아요. 좀 늦더라도 자신이 고민해서 고른 것이 훨씬 나은 것 같아요. 물론 지켜보는 엄마 마음은 괴롭지만….

-예고 학생들 가운데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어릴 때부터 타의에 의해 시작한 음악이나 미술이라 자신이 정말로 이걸 좋아서 하는지 확신이 없다는 거죠.

-이것저것 섭렵하다 스스로 결정하면 제일 좋겠지만 입시상황이 그걸 허용하지 않으니까요. 일단 대학만 들어가자는 식이지요.

-자녀의 입시가 끝난 친구들을 만나면 ‘자녀 키우는 데 결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하는군요. 입시 끝났다고 엄마 노릇이 끝날 것 같진 않군요.

-자녀 키우는 일은 수학이랑 같다고 하잖아요. 처음에는 구구단이 제일 어려운 것 같고 그 다음에는 일차방정식 이차방정식 미분 적분 하는 식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거죠.

참가자

김은영(44.종로구 평창동) 외국어고 3년생 딸의 엄마

이영희(42.종로구 평창동) 외국어고 3년생 아들의 엄마

한일봉(45.서초구 서초동) 예고 3년 생 딸의 엄마

박관성(45.서대문구 연희동)씨. 재수를 한 큰 딸과 올해 대학에 진학한 작은 딸 덕분에 3년간 수험생 엄마로 전력질주.

진행.정리 김동선기자 wee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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