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방송사를 세워보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 그러면서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는 방송. 어떤 장르를 선택할까, 고민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대 흐름과 대중적 선호도를 따져보니 곧 답이 나오더군요. 바로 13억 인구의 중국이었습니다.”9월1일 개국하는 국내 최초의 중국 전문채널 하오TV의 최정우(48) 대표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꼭 건네는 말이 있다.
“하오TV를 보면 만리장성이 보입니다.” 24일 한중수교 10주년을 맞아 서울이 아닌,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국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대표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국설명회를 갖기로 한 것도 이같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오TV는 CCTV, 베이징TV 등 중국 방송사가 제작한 프로그램과 국내에서 제작한 중국 관련 프로그램을 24시간 방송하는 중국 전문채널.
이미 ‘여걸 마태후’ ‘취권’ 등 중국 드라마와 영화, 다큐멘터리 300여 편을 들여왔고 KBS ‘도올의 논어 이야기’ 와 EBS ‘김홍경의 동양의학’ 등 도 방송할 계획. 중국어ㆍ중국 요리ㆍ중국 여행ㆍ중국 철학 프로그램은 자체 제작한다.
비록 자본금 15억원에 직원 수 7명에 불과한 미니 방송사이지만 최 대표는 하오TV의 미래를 낙관한다. 우선 지난달 시청자 51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 전문채널의 선호도(32.9%)가 유럽(28.8%)이나 미국(17.2%)보다 높게 나왔다.
시험방송 1개월 만에 서울의 양천 강서 한강 서대문, 부산의 금정 해운대 등 전국 30여 개 SO가 하오TV를 방송채널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것도 이례적이다.
여기에 인하대 산업공학과 졸업 후 LG전자, LG홈쇼핑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올 3월까지 8년 동안 부산지역 5개 SO를 이끌던 전문경영인으로서 얻은 노하우도 그의 든든한 자산이다.
“6월 처음 가본 중국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방송시장은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방송사만 2,500개입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중국 프로그램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게 이상합니다. 중국 드라마라고 이름 붙은 것 대부분이 대만이나 홍콩 제품이거든요. ‘안개비연가’는 대만, ‘판관 포청천’은 홍콩 드라마였죠. 이제 진짜 중국 프로그램을 하오TV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만리장성의 벽돌 수나 관우의 수염 길이도 알려드리겠습니다.”
2개월여 동안 매주 중국을 오가면서 느낀 것은 한국에 대한 중국 방송사의 불만. “한류 열풍의 혜택은 다 누리면서 정작 자신들의 프로그램은 사가지 않는 한국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높더군요. 제가 프로그램을 사겠다고 하니까 처음에는 믿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두 나라의 불신의 벽을 깨뜨리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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