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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만섭(22) 기자시절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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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만섭(22) 기자시절⑦

입력
200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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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혁명이 일어났다”는 전화를 받고 신문사로 달려 나가면서 머리에 떠 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결국 이렇게 됐구나.” 나중에 윤보선(尹潽善) 대통령도 ‘올 것이 왔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당시 사회는 국민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만큼 혼란스러웠다.신문사에 들어서자 라디오에서는 이미 혁명군의 방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반공을 국시로 하고 유엔 헌장을 준수하며…, 구악을 일소하여 민족정기를 바로 잡고…, 양심적인 정치인에게 정권을 이양할 것입니다.”

미국은 맥그루더 미8군 사령관과 마셜 그린 대리대사를 통해 윤보선 대통령에게 혁명군 진압을 건의했으나 윤보선 대통령은 아군끼리 피를 흘리면 북한에 남침의 빌미를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이를 거절했다.

5ㆍ16이 일어난 지 채 한 달도 못돼 나는 필화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다. 6월3일 오후 청와대에서 윤보선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회견은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비록 군사혁명이 성공했다고는 해도 법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나라의 통수권자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회견 중 혁명군에게 불리한 얘기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자회견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무장 헌병들이 주위에 가득 차 있어 위압적인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중앙청 출입 기자들은 모두 굳은 얼굴이었다. 기자단 간사는 조심스럽게 “오늘은 곤란한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어떻겠느냐?”고 ‘부드러운’ 기자회견을 제안했다.

나는 성격상 이를 받아 들일 수 없었다. “민간인 정부는 약하다고 마구 때리다가 힘 있는 군사정권이라고 입을 다무는 기회주의적 언론이 돼서는 안된다. 각자 소신껏 묻고 소신껏 쓰도록 하자.”

회견이 끝나 갈 무렵 나는 옆방의 비서실로 나와야만 했다.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 기사를 보내야만 했다. 뒷일은 견습 중이던 이진희(李振羲ㆍ전 문공부장관) 기자에게 맡겼다. 정신없이 전화로 기사를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이진희 기자가 뛰어 들어 왔다.

“이 선배님, 방금 대통령께서 중요한 얘기를 했습니다. 군사정권은 9월의 유엔총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조속히 민간인에게 정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뭐야, 그건 아주 중요한 얘기인데…. 이건 정확해야 해. 다시 정확히 얘기해 봐.”

긴장으로 머리카락이 곤두설 듯했다. 윤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했다면 당연히 톱 뉴스였다. 사실을 재차 확인한 나는 이 내용을 맨 앞으로 뽑아 다시 기사를 불렀다. 그날 저녁에 나온 동아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윤 대통령, 정권 민간 이양을 촉구’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이 기사가 문제가 됐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모든 언론이 아예 그 기사를 빼거나 축소했다. 그날 밤 나는 회사 숙직 직원에게 전화를 받았다. 서울 시경에서 사람들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 발로 회사로 걸어 나갔고 그 자리에서 혁명정부의 포고령 위반 혐의로 시경에 끌려갔다.

시경에 가 보니 김영상(金永上) 편집국장이 옆방에 연행돼 와 있었다. 난 당당했다. 분명한 사실을 썼을 뿐인데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윤보선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내가 국민과 군사정부를 이간질하려고 꾸며서 썼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의 연행은 외신에 크게 보도됐다. UPI 통신은 서울발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한국 경찰은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기자 1명을 체포했다. 김영상 편집국장과 이만섭 기자는 4일 밤 체포돼 5일 현재 구류중이다. 이들을 체포한 데 대해서는 아무런 공식 해명이 없으나 3일의 윤보선 대통령 기자회견에 관한 기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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