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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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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

입력
200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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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선호 사상이 심한 국가는 경제성장이 더디다고 한다. 사회가 남아를 선호하면 여아가 줄어 결혼ㆍ노동시장의 균형이 깨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비용은 많이 들고, 경제인구는 줄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 메이슨대 윤용준 교수의 ‘성비(性比)와 사회변화’라는 논문 내용이다.인구경제학자인 그는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유교문화권 국가의 예를 많이 들었다. 같은 유교문화권이라도 여성의 가계 계승을 인정함으로써 성비의 균형을 찾은 일본은 예외로 보고 있다.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의 수를 나타낸다. 한국은 1980년대 초반부터 낙태 등 의료행위가 많이 보급되면서 성비 불균형이 심화했다. 지금의 성비는 100: 110으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장 상씨의 낙마에 이어 장대환씨가 국무총리서리로 지명되었다. 장대환씨의 지명 이후를 보면, 우리의 경제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 남아(남자)선호 현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총리서리가 되자 ‘검증’을 외쳐가며 소란을 떨던 사회와 언론이, 그가 낙마한 후 남성이 지명되자 고요하다.

경력에서 두 사람의 차이가 많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장대환씨 역시 어느 의원의 실언을 생각나게 한다. 그도 “명문학교를 나온, 좋은 가문 출신의, 훌륭한 경력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장 상씨보다 덜 알려진 편이다.

검증을 해야 할 텐데, 장 상씨 때는 ‘언론청문회’가 요란하더니 이제는 빈도와 강도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이 점이 남녀에 대한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을 드러내는 듯해 씁쓸하고, 우리의 봉건적 분위기가 남루하고 진부해 보인다.

장대환씨가 총리서리로 지명된 후 일차적 반응은 그가 너무 젊지 않느냐는, 생리학적인 것이었다. 그 점에서도 우리의 정치적 정서는 너무 고루하다. ‘노풍’이 거세게 불었을 때 큰 희망을 느낀 것은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참신한 발상 때문이었고, 실망한 것은 그 역시 말을 바꾸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더 절망하는 것은, 그런 실수를 계기로 젊은 정치인의 열정과 참신성을 망각의 늪으로 끌어내리려는 정치적 기득권층의 시도가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50세인 장대환씨를 너무 젊다고 보는 견해는 너무 전시대적이다.

장 총리서리에게서 두드러져 보이는 부분은 그에게 재산이 많다는 점이다. 본인과 배우자, 자녀의 재산이 모두 56억 4,000만원이라고 한다. 이는 그가 사업적 수완이 좋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유능한 경영인이었다는 점을 말해 준다. 하지만 수완과 효율성 추구 못지않게 총리직에 맞는 높은 철학을 갖추었는지, 혹은 재산형성 과정에서 도덕성을 훼손하지는 않았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언론운동단체들은 일찍이 장 총리서리에 부정적인 성명을 잇달아 발표한 바 있으나,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다루지 않았다. 이 단체들은 장 총리서리가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 때 거액을 탈세한 것으로 드러난 신문사의 사장이며, 이 사실을 왜곡시키고 간섭했던 국제언론인협회 한국위원회 간사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그가 보수적 신문사의 경영진과 막역한 사이이며, 재벌과 친교도 두텁다고 주장했다. 요 며칠 언론보도가 다소 바뀌는 듯하나, 이런 점이 그 동안 언론이 침묵한 배경을 말해주는 듯하여 착잡할 뿐이다.

여성계에는 장 상 총리지명자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낙마한 것이라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다. 아프리카 카메룬에는 세상을 예리하게 들여다보는 속담이 있다. ‘남자의 어리석음은 여자의 어리석음 만큼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26일의 청문회가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로 장 상씨 청문회 만큼 철저하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의 정신적 미성숙과 봉건적 낙후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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