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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 美·英·日 교육개혁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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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 美·英·日 교육개혁 실험

입력
200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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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통 9월초 학기를 시작하는 미국의 초등학교 가운데 상당수는 올해 예년보다 개학을 1~2주 앞당겼다.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주 등의 전국 곳곳의 학교가 조기 개학을 한 이유는 올 겨울이나 내년 봄 실시될 주별 표준학력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처음 생긴 시험이 아니지만 학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학교 평균 성적이 목표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신교육법에 따라 연방정부의 보조금 삭감을 비롯해 엄격한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미국 공교육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00년 대통령선거 유세때부터 교육개혁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부시의 공화당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공교육 개혁 작업은 1965년 초ㆍ중ㆍ고 교육법안 제정 이후 최대 변혁이다.

No Child Left Behind

‘한 아이도 뒤처지지 않게’는 지난해 의회를 통과하고 1월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교육개혁법안의 이름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모든 어린이들이 출신, 환경, 수입에 상관없이 일류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올초부터 법안에 따른 교육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수십년 간 끊임없이 제기돼 온 미국 교육 위기론 속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역대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만 265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교육개혁안의 핵심은 ▲연방지원 교육비 20% 증액 ▲초등학교 3학년까지 읽기 능력 완전 터득 ▲3~8학년 매년 읽기와 수학시험 실시 ▲시험 성적에 대한 학교 책임강화 ▲부모의 학생 취학 개선 선택권 부여 ▦지방 주정부의 재량권 확대 등이다.

당장 내년 학기부터 학력 수준이 낮은 ‘부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원할 경우 사설 및 종교 기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으며, 파산한 학교 학생들은 한층 안정적인 공립학교로 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2005년 가을 학기부터는 수학, 읽기, 과학 등의 과목에 대한 새 평가제도가 도입돼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가 연방예산 지원을 상실해도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막대한 예산을 쓰는 만큼 교육 당국은 예산 지원 시 엄격한 관리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IT가 교실 풍경을 바꾼다

CNN은 최근 특집을 통해 미국 교실의 달라진 풍경을 보도했다. 장차 다가올 정보기술(IT) 사회를 겨냥한 새로운 교육 방식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칠판과 공책 대신 노트북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 등 첨단 정보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CNN이 전한 미시시피주 터필로 중학교의 학급 표정은 가히 혁명적이다. 1,150명에 이르는 이 학교 7, 8학년 모든 학급은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돼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도 굳이 한 자리에 모일 필요가 없다.

담임 교사나 교장과의 개별 면담도 실시간 화상통신을 통해 이뤄진다. 스페인어 교사가 없는 학교에서도 화상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글로 써 내던 영어 과제물은 애니메이션이 섞인 프리젠테이션으로 대체됐다. 과학 시간엔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한 연을 띄워 지역 기상변화를 직접 기록하고 인터넷망을 통해 우주항공국(NASA)의 전문가와 대담을 나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든 시스템 운영을 이 학교 8학년 엑셀 기술반 학생들이 도맡아 한다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장기를 자연스레 활용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비록 초기 단계지만 이같은 정보화 기반 교육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TV뉴스를 진행해 보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전하면서 학생이 수업 시간에 휴대폰으로 피자를 배달시키고 노트북 컴퓨터로 영화감상을 하는 등 교사의 권위가 추락하는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IT 교실 혁명은 빠른 추세로 미 전역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일본

일본은 올해 4월부터 국공립 초ㆍ중ㆍ고교 완전 주5일제 수업이 시작됐고 '여유있는 교육'을 표방하는 신학습 지도요령(교과과정)이 적용됐다. 이를 계기로 교육개혁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학생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정서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1980년대의 지나친 경쟁과 주입식 교육에 대한 반발이 집대성된 교육 노선이다. 주5일 수업과 신학습 지도 요령으로 초ㆍ중ㆍ고 모두 수업 시간이 30% 가량 줄어들고 교과서도 쉽고 얇아졌다. 대신 지식의 활용과 현장체험 학습을 강조하는 학교 재량의 종합학습시간 등이 늘었다.

첫 학기가 끝난 뒤 이에 대한 학생과 부모들의 평가는 상반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국 174개 가정을 대상으로 방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좋았다"는 반응이 학생은 64%에 달했지만 부모는 30%에 그쳤다. 학생들은 자유시간이 늘어난 것을 반겼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포츠나 TV시청 등에 남는 시간을 대부분 허비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부모들의 새 제도에 대한 걱정은 학력 저하로 모아진다. 수업료가 비싼 사립학교는 주5일제를 수용하지 않아 학력의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가 비등하자 문부과학성은 우열반 편성, 방과 후 보충수업, 소수 학급 편성, 교과 담임제, 숙제 늘리기 등 보완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여유있는 교육'의 근본 취지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을 포함해 일본의 학교들은 소자화(少子化ㆍ적은 자녀 갖기) 현상 등으로 궁극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내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2000년부터 도쿄(東京)도 시나가와(品川) 구를 시작으로 일정한 지역 블록 내에서 학생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자유롭게 골라 가는 학교선택제가 실시되고 있다. 강제배정 때와는 달리 자연히 신입생을 많이 모집하기 위해 학교 간에 선전과 교육의 질 개선 경쟁이 생겨나고 있다.

도쿄도는 또 올해부터 과거 입시명문고였던 4개 도립고를 다시 '진학지도 중점교'로 지정해 철저한 입시 위주 교육을 통한 명문고 부활을 꾀하고 있다.

일본 교육계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원만 지원하고 운영은 교사와 학부모가 맡는 '국공립 민영학교' 설립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관이 교육을 지도하는 낡은 철학을 배제해야만 진정한 교육개혁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됴쿄=신윤석 특파원 ysshin@hk.co.kr

■영국

영국은 22일부터 한국의 대입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GCSE 결과가 개인에게 통보되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나라 전체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시험이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이나 상위 성적자인 ‘A 레벨’에 고령자ㆍ연소자 등이 합격하는 화제가 쏟아지는 것이 한국 풍경과 다를 바 없다.

교육의 병폐도 비슷하다. 교내 폭력이나 청소년 범죄가 큰 문제이고 교육 투자 확대가 초미의 관심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학업 성취 수준을 높이기 위한 묘안 짜기에도 고심한다. 하지만 에스텔 모리스 교육장관이 주도하는 영국의 교육 개혁은 한국보다 훨씬 급진적이다.

모리스 장관은 최근 무단 결석률이 높고 학교 규율에 문제가 있는 중등학교 내에 경찰관을 상시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9월부터 런던, 버밍엄, 뉴캐슬, 맨체스터, 리버풀 등 대도시에 있는 70여 중등학교에 경찰관 100여 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이 결정은 거리 범죄의 40%, 주거 침입과 강ㆍ절도의 25%, 자동차 절도의 30% 이상이 10~16세 청소년이 학교에서 공부할 시간에 저지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학교를 ‘신성 불가침’의 장소로 여겨 사법 당국의 간섭을 극도로 꺼리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영국 정부는 또 영국 교사노동조합인 교ㆍ강사협회(ATL)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폭언을 가할 경우 기소해 최고 6개월의 징역이나 7,500달러의 벌금을 매길 방침이다.

교사를 공격하거나 모욕하는 것에는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는 철저한 교권 확립 우선 정책에 따라 교육 당국은 학부모들에게 이런 무관용 방침을 알리는 포스터까지 제작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과 교사의 지도력을 학교의 존립과 직접 연계한다는 강력한 교육 수준 제고 방안도 실행한다. 모리스 장관은 개정된 교육법에 따라 최근 수년 간 GCSE 점수가 5등급 이상인 학생이 전체 학생의 25% 이하인 학교를 ‘요주의 학교’로 분류해 다음 달부터 특별 관리할 방침이다.

대상은 500개 정도이며 이 학교들에 대해서는 ▦교장 교체 ▦특별 재정 지원 등으로 교육 당국이 관리하며 2년 후 개선 불가능으로 판단하면 학교 폐쇄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강력한 정책이 의지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3년에 걸쳐 교육 부문 투자를 20억 파운드(4조원)로 지금보다 4배 늘리는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올해 초 저임 개선을 요구하며 30년 만에 벌어진 교사 파업이 큰 이유가 됐지만 이 돈은 학교 시설 현대화와 교사 증원 등 교육의 하드웨어를 확보하는 데 주로 쓸 계획이다. 토니 블레어 정부의 교육 개혁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교권 추락과 교육의 질 저하에 강력히 대처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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