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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스/"거대한 식인독거미를 물리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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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스/"거대한 식인독거미를 물리쳐라"

입력
200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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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릭스’(Eight Legged Freaks: 다리 8개 달린 괴물)은 미국의 작은 폐광촌이 배경이다. 산업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전복된 후 강이 오염되고, 강가에 서식하는 귀뚜라미를 먹은 거미들은 독거미로 자라나 사람들을 슬금슬금 잡아먹기 시작한다.물론 사람들은 눈 앞에 나타난 거미가 가족의 다리를 덥석 물어버린 후에야 위기가 닥친 것을 알아차린다.

위기가 있으면 영웅이 있는 법. 바로 16세에 결혼했다 버림받고 아이 둘을 데리고 사는 여자 보안관 샘(캐리 뷰러)과 1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그녀의 옛 애인인 광산 엔지니어 크리스(데이빗 아퀘트)이다.

샘은 눈깜짝할 사이에 엄청나게 불어난 거미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터미네이터’의 린다 해밀턴(그녀보다는 예쁘다)처럼 총을 들고 나선다.

이런 영화가 그렇듯 스토리는 꽤나 빈약하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도 없고,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부분도 많다.

영화가 특수효과에 유독 초점을 맞추는 것만 봐도 스토리로 승부하지 않는다는 ‘심증’은 확실하다. 대신 ‘터미네이터’ ‘아마겟돈’ ‘스파이더맨’ 등 쟁쟁한 재난영화, SF 영화의 특수효과팀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가장 큰 자랑거리로 삼았다. 산업 쓰레기를 먹고 자란 무시무시한 거미는 그 자체로 위협적이지만, 언덕을 펄펄 뛰어다니는 장면은 조금 실망스럽다.

그래픽 영상의 문제점인 중량감과 배경과의 비율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3,000만 달러의 어정쩡한 예산이 주는 한계일까.

그러나 실망하기는 이르다. 아기자기하고 코믹한 상황 설정이 ‘폼잡는’ 재난 영화를 즐기지 않은 관객까지 끌어들이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관인 어머니는 헬멧을 쓰지 않고 산악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들과 폭주족 딸을 친구들로부터 ‘분리 수거’하는 데 바쁘고, 동네 라디오 방송국 DJ 할란(더그 E. 더그)은 거미의 습격이 외계인의 침공 혹은 정부의 음모라고 거듭 주장한다.

거미에게 물려갔다 살아나온 뒤에도 메탄가스 가득한 탄광에서 또 담배를 빼무는 크리스의 고모 캐릭터도 매우 독특하다.

아직도 샘을 사랑하는 크리스가 위급한 상황에서 비장한 목소리로 “마지막으로 꼭 할말이 있다”고 말하자 샘이 “알아. 알아. 10년 전 내 남편이 바람 피운 걸 알고 때렸다는 것, 그리고 나를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 됐지. 그럼 꼭 살아 돌아와”라고 명쾌히 정리하는 대목은 블록버스터에서 위기의 순간 남녀 주인공이 뒤늦은 사랑을 고백하며 시간을 질질 끄는 것에 대한 귀여운 야유.

의문점 하나. 작은 마을이라더니 물려죽는 사람이 왜 그리 많은지. 감독은 뉴질랜드 출신 엘로리 엘카옘으로 거미를 다룬 단편 ‘Larger Than Life’로 재능을 인정받아 감독으로 발탁됐다.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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