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신당 논의가 끝없이 잡음을 자아내고 있다. 엄연히 민주당 소속인 이인제 의원 등이 외부세력과 함께 소위 ‘4자 연대’를 통한 신당 창당을 합의한 것이 불과 엊그제의 일이다.그런데 이번에는 박상천 최고위원이 무소속의 정몽준 의원과 신당 창당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정 의원이 부인, 혼선을 빚고 있다. 가뜩이나 ‘사상 초유의 정치적 실험’이라며 한껏 자랑했던 국민경선제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부족해 더욱 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 추락에 따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은 그렇다 치고, 신당 논의의 한복판에 서 있는 정몽준 의원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대선주자 가운데 선두그룹에 속한 것으로 나타나는 정 의원은 지금까지 자신의 행보에 대해 한마디도 명쾌하게 밝힌 적이 없다.
대선출마에 대해서도 딱부러지게 얘기하지 않으면서도 부쩍 대선행보로 비쳐질 수 있는 움직임을 부산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러 가지 신당 논의의 중심인물로 빼놓지 않고 등장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차차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행위에 있어 ‘모호성(模糊性)의 전술’이 자주 거론된다. 정 의원의 애매모호한 어법이 이런 전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됐다. 정치의 무대에 중요인물로 부각되어 있는 마당에도 국민을 상대로 선문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의 방향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이룰 것인지, 무엇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인지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알 듯 모를 듯한 행보를 계속하는 것은 정치발전에도, 그리고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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