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20일(미국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배럴 당 30달러선을 돌파하는 등 1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과 미국의 석유재고 감소 등 수급측면의 영향도 있지만, 미국의 이라크공격 가능성이 고조된 게 주원인이다.전문가들은 이라크 공격이 현실화하면 단기적으로 유가 급등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수급측면에서도 OPEC가 9월 총회에서 증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일평균 40만 배럴의 공급부족이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다면 서방기술 및 자본이 신규유전 작업에 참여, 이라크의 산유량이 늘어나면서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동원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현 유가에는 이미 4~5 달러의 전쟁프리미엄이 가산돼 있지만, 수급여건이 취약한 점을 감안할 경우 하반기 유가는 상반기(23.9달러)보다 17.2% 상승한 28달러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더라도 산유국이 증산에 나서고 소비국들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할 경우 급등세가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는 전쟁의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국제유가가 강세를 지속할 경우 석유화학 정유업종은 물론 수출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주식시장 반등기조에 묻혀 유가상승이라는 악재가 돌출되지 않고 있지만,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미국과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급등하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석유화학 정유 운송업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증권 박영훈 연구원은 “정유업체가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데 30∼40일 걸린다”며 “유가가 급등할 경우 가격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할 수 없어 원가부담이 고스란히 정유회사의 몫으로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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