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백사장을 보고 싶어, 내가 좋아서 한 일입니다.”대표적인 여름 피서지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새벽 산책 길에 나선 사람이라면 한 두번쯤은 마주쳤던 ‘백사장 지킴이’ 전인기(48ㆍ강릉시 교2동)씨.
지난 20일 해수욕장이 폐장하기까지 무려 40여일 동안 길이 1.8㎞, 총면적 1.44㎢의 경포대 백사장을 하루도 빠짐없이 청소를 한 강릉토박이다. 올 피서철에 경포대를 찾은 600여만명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청소 차량 ‘비치크리너’로 깨끗이 처리한 전씨를 외지 사람들은 시에 고용된 전문 청소부로 알았다.
그러나 그가 새벽마다 몰고 다닌 ‘비치크리너’는 사재 1억7,000여만원을 들여 구입한 것이고 청소의 대가 역시 바라지 않았다.
새벽 2시께 백사장에 나타나 동이 튼 아침 6~8시간까지 땀을 흘리며 백사장을 누빈 전씨의 진짜 직업도 버젓한 건설업체 사장. 해수욕장 청소는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해온 순수한 자원봉사다. 전씨가 ‘비치크리너’로 하루에 수거한 쓰레기는 적으면 3톤, 많을 때는 10톤을 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강릉시는 200여명을 동원할 공무원을 30여명으로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전씨는 “내가 깨끗이 만든 백사장에서 땀을 뒤집어 쓰고 일출을 보는 상쾌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해수욕장은 폐장되었지만 1주일에 2~3차례씩 청소를 계속해 백사장에 생명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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