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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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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이 이상하다

입력
200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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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우스 다코타 주에 있는 러시모어 국립공원의 거대한 바위에는 역사상 위대한 대통령 4사람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1927년부터 1947년까지 보그럼이라는 조각가가 400여명의 인부를 동원하여 화강암에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흉상을 조각했다. 이들 대통령은 150년의 미국 역사에서 나라를 세우고, 키우고, 시키고, 개발한 위대한 사람으로 세대를 초월하여 미국인의 추앙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이곳에서 연설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칠 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 얼굴들을 배경으로 연설하는 모습이 외신사진으로 비쳐졌다. 9.11테러 이후 자신이 제안한 국토안보부 신설안을 빨리 의회에서 통과시켜줄 것을 국민에 직접 호소했다.

미국인의 존경을 받는 위대한 지도자의 얼굴을 배경으로 단결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부시와 측근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부시대통령의 얼굴 뒤의 배경으로 찍힌 얼굴 표정들이 모두 딴전을 피우는 것 같아 진지한 표정으로 연설하는 부시와 대조를 이루는 것 같았다.

■부시 대통령의 미국 내 인기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그의 리더십은 미국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는 것 같다. 아프간 전쟁은 테러의 충격을 감안해서 미국의 입장을 이해한다 해도, 아프간 이후 국제문제 수습에서 부시 대통령은 여유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침공설과 사우디와의 불편한 관계로 세계는 어수선하다.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미국의 리더십에는 관심이 없다. 곧 남아공에서 열릴 지속개발 정상회의도 부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또 한번 미국의 고립외교가 국제여론의 질타를 받게 됐다.

■미국 사회는 9.11테러 사태 이후 혼이 빠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테러에 대한 응징은 미국적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조치인지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반성과 국제사회에 대한 협조적 자세는 강화됐어야 했다. 세계화의 새로운 질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재정립해 가는 것이 미국의 퇴조를 막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부시는 러시모어의 네 얼굴이 국제적 신뢰를 잃을지 모른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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