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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파리의 해변, 센강의 야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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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파리의 해변, 센강의 야자수

입력
2002.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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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다. 집중호우가 끝나고 늦더위가 온다더니 여름은 이렇게 가나 보다.여름을 보내면서 며칠 전 파리발 전송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끌었다. 눈에 익은 센강의 모습인데 센강 같지가 않다. 마치 칸이나 니스의 코트다쥐르 해변 같다.

늘어선 야자수 아래 백사장에 많은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이 누워 늦여름의 짧은 햇볕이 아쉬운 듯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간간이 토플리스 차임의 파리지엔느들도 보인다. 참 평화로운 정경이다.

파리에 웬 해변? 센강에 웬 야자수일까?

파리시는 올 여름에 아주 특별한 것을 기획했다. 이른바 ‘파리 비치 2002’ 프로젝트다. 노트르담 성당 주변 강변과 강변도로 6㎞에 차량통행을 금지시키고, 이탈리아에서 야자수 80그루를 가져와 심고, 대서양 연안에서 퍼 온 자갈과 모래를 깔아 백사장을 만들었다. 파라솔과 의자, 탈의실, 주점, 무도회장, 운동시설들도 설치했다. ‘파리 비치’가 개장한 7월 21일부터 8월 18일까지 시민과 관광객 200여 만 명이 찾았다고 한다.

파리 외곽의 축구장 ‘스타드 드 프랑스’도 해변으로 변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자국 대표팀이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던 이 운동장에 2,500톤의 모래를 깐 것이다. 일광욕은 물론이고 비치발리볼도 할 수 있게 됐다. 모래사장 한쪽에는 500㎡ 넓이의 인공연못까지 만들어 윈드서핑 연습까지 할 수 있게 했으니, 정말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파리 시민들은 햇볕에 미친다.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고 일조량이 적기 때문이다. 한 뼘의 햇볕이라도 반짝 들면 공원으로 달려가 가방 속에 넣어 갖고 다니던 담요를 잔디 위에 죽 펴고 드러눕는다. ‘파리 비치’의 실험은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파리 시민들과 텅 빈 여름의 파리에 놀러 오는 관광객을 위한 파리시의 선물이다.

발상의 전환이 참 놀랍고 신선하다. 이런 발상은 평소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가진 도시정책 입안자가 아니면 떠오르기 어려울 것이다. 문화적ㆍ이벤트적 마인드도 있어야 할 것이다. 파리가 문화도시, 관광도시의 명성을 지켜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개방적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래 전 한 예술가의 작업이었지만 퐁뇌프(다리)를 천으로 완전히 둘러싼 적도 있었다.

센강은 사실 한강에 비하면 개울 수준이다. 강변의 공간도 한강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다. 한강 둔치가 시민들의 휴식처로 많이 개발됐지만,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하고 밤바람을 쐬는 것 외에는 그다지 인상적인 것이 없다.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고 다양하게 디자인한 느낌은 별로 들지 않고, 때론 좀 황량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새 서울시장은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한다. 청계천 복원도 청사진이 만들어지고 있다. 작은 차이지만 파리 시민들은 지하도를 오르락내리락할 일이 없다. 차량통행보다 사람보행이 항시 정책의 우선이다. 강변도로를 해변으로 바꾸어 놓은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도시라고 할까.

/한기봉 국제부장 kib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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