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가수가 한국가수의 노래를 표절했다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축구팀이 한국에 진 후 편파적 판정을 시비하며 한국을 맹비난하던 지난달,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 노래들이 실은 한국에서 제작된 음반에 실려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음반기획사가 월드컵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된 양국민 간의 격한 정서를 자사 홍보기회로 악용한 것은 상상하기 힘든 위험한 행위다. 이는 양국민 간의 일시적 감정을 고착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지난달 기획사인 제이엔터컴은 이탈리아 가수 밴디도가 이정현의 ‘와’를 거의 그대로 베껴 불렀으며, 다른 가수들도 쿨과 김건모의 노래를 표절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쿨과 김건모 노래는 국내 음반사인 록 레코드가 2년 전 발매한 ‘대한민국 댄스 베스트10’이라는 음반에 실렸던 곡으로 확인됐다. 한국가요를 영어로 번역한 이 음반의 해설에는 그 가수들이 미국인으로 돼 있다.
문제의 노래들이 모두 같은 작곡가가 운영하는 기획사 작품이라는 점에서 “밴디도가 표절을 인정했다”고 발표된 이정현의 노래 역시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노래 표절’이라면 으레 우리가 외국곡을 표절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터에 역표절은 놀라운 뉴스였고, 더구나 당시 우리에게 욕을 퍼붓던 이탈리아의 가수 노래가 표절곡이라는 점은 우리를 격앙시킨 바 있다.
거짓 정보를 흘려 우월감을 북돋는 것 자체가 열등감의 발로다. 그 목적 중에 자사 홍보까지 계산돼 있었다면 더 부끄러운 일이다. 검찰 수사로 방송ㆍ연예계의 엄청난 비리가 속속 드러나는 이 때, 가요계에 또 하나의 불미스런 일이 추가됐다. 음반기획사는 사실을 정확히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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