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로 중국과 수교한 지 꼭 10년이 된다. 지난 10년 간 한중관계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양국 간 교역량은 매년 30%이상 증가했고, 중국은 한국의 두번째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양국간 인적 교류도 급증, 올해는 양국 국민 왕래가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北京)에는 한인타운이 조성되고 재중동포의 삶에도 변화가 왔다. 양국 외무장관은 2일 "한중 수교는 탈냉전 시대에 발맞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 한인들의 실태를 살펴 보고 한중 경제관계를 조망해본다.■'원-원 10년'…경제 동반자서 경쟁자로
한ㆍ중 교류의 관문인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가장 붐빈다. 하루 4~5차례 운항하는 중국발 정기여객선을 통해 입국하는 사람들이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2,000~3,000명에 이른다.
같은 시각 인천항 컨테이너부두에선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쌓여 있는 컨테이너가 즐비하다. 지난해 인천항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된 화물은 16만3,000TEU로, 한ㆍ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9,900TEU에 비하면 16배 이상 늘어났다.
수교 10년 동안 한ㆍ중 두 나라의 경제관계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적어도 현재까지 양국 경제교류는 서로에게 성장의 밑거름을 제공하는 ‘윈-윈 게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통상마찰 증대 등으로 지금까지 보완적이었던 양국관계가 경쟁관계로 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 급속한 교류확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은 27억 달러에서 182억 달러로 7배 가까이 늘었다. 연평균 24%의 높은 증가율이다. 중국상품 수입도 37억 달러에서 133억 달러로 해마다 15%씩 늘어 전체 수입 증가율 6.2%를 훨씬 웃돌았다.
중국은 이제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수출 2위, 수입 3위국으로 떠올랐고, 한국 역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의 3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투자도 크게 늘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 중국 투자는 6,054건, 54억 달러로 10년 사이에 건수로 22배, 금액으로 27배 늘어났다. 이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의 16%, 투자건수의 41.8%를 차지하는 것으로 금액면에선 미국에 이어 2위, 건수로는 1위다.
이 같은 투자 증가는 의류 신발 전자부품 등 노동집약적 중소기업들이 임금이 싼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대거 이전한 것이 주 요인이다.
▼ 통상마찰
교역의 증대와 함께 통상마찰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의 무역역조를 근거로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한국상품에 대한 수입규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흑자는 93년 이후 308억 달러로 지난해에는 전체 무역흑자(93억 달러)의 53%인 49억 달러에 달했다. 무역 불균형은 양국간 산업구조의 차이와 중국의 고도 성장에 따른 것으로 구조적인 요인이 강하다. 더구나 지난해 무역흑자 중 60%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원ㆍ부자재를 수입한 것이다.
하지만 무역역조는 양국 통상마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은 97년 이후 중국이 취한 21차례의 수입규제 조치 중 한국상품은 반덤핑 15건, 세이프가드 1건 등 16건에 해당돼 가장 많은 제소를 당했다.
▼ 경제교류 전망과 과제
한ㆍ중 양국의 교역과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지리적 인접성, 산업의 보완성이 교역에 유리한 조건을 이루고 있다. 산자부는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한ㆍ중 교역규모가 현재의 3배가 넘는 1,02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대 중국 투자도 중국의 개방폭이 확대되면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경제가 향후 수년내 해외 주요시장에서 많은 한국기업을 밀어낼 것이라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KOTRA 중국팀의 박한진 과장은 “앞으로 4~5년 사이에 중국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제도와 시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 기간 동안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중국 시장에서도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만수 연구위원은 “무역역조 등을 이유로 중국은 통상마찰시 앞으로도 강경하고 경직된 협상태도를 보일 수 있다”며 “마늘협상 같은 개별 통상현안이 전반적인 통상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날개돋힌' 한국 휴대폰
최근 한국 상품 중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단연 휴대폰이다. 지난해 9,900만 달러에 그쳤던 휴대폰 수출은 올 상반기에만 2억9,200만 달러를 기록,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6억 달러에 이를 판이다.
1년새 무려 6배 가까이 증가하는 셈이다. 단일품목 수출비중도 지난해 0.5%에서 올 상반기에는 2.9%로 높아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국 젊은이들에게 휴대폰이 필수품으로 인식되면서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난 한국산 휴대폰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올들어 두드러진 현상은 휴대폰 외에도 컴퓨터와 반도체 등 첨단 전자제품의 대 중국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 상반기 컴퓨터 수출은 8억4,900만 달러로 지난해까지 줄곧 수위를 지키던 직물을 제치고 단일품목 수출액 1위를 기록했다. 수출비중도 97년 1.5%에서 지난해 4.2%, 올 상반기 8.3%로 크게 높아졌다.
반도체 또한 상반기에만 2억7,3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3억7,200만 달러)에 비추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자동차 수출은 상반기 8,8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대 중국 수출품목은 완성품보다는 직물 가죽 중유 벙커C유 석유화학 철강 등 중간재나 원자재의 비중이 높다. 현지 진출 한국기업의 한국산 원ㆍ부자재 수입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에는 의류 비중이 가장 크다. 올 상반기에만 5억9,400만 달러로 단일 품목으로 7.7%를 차지했다. 컴퓨터(4억9,700만 달러) 반도체(2억5,900만 달러) 음향기기(2억4,300만 달러) 등 전자제품 및 부품도 유연탄 직물 등과 함께 수입 상위품목에 올라 중국산 전자제품의 거센 공세를 예고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특별기고 / 중발전 한국에 기회 양국經協 미래 밝아
지난 10년 동안 중ㆍ한 관계에서 가장 뚜렷한 성과를 거둔 분야는 경제교류다. 양국은 이미 뗄래야 뗄 수 없는 경제파트너가 됐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교류의 불균형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무역과 산업협력에서의 불균형이 심하다. 1994년 양국은 ‘산업협력위원회’를 설치해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무역수지의 불균형은 매우 심각하다. 일정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무역불균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수교 10년 동안 중국은 계속 적자를 보고 또 그 적자폭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양국간 무역 불균형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양국 수출품의 부가가치 차이도 있고 양국 시장의 규모도 차이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양국 정부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무역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성의를 보여야 하고 중국은 한국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무역불균형은 교역을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역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분쟁이 일어나면 양국 정부와 국민이 한가지 원칙을 꼭 기억해야 한다.
즉 무역분쟁이 양국의 전반적 협력관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인 무역제재조치는 자제해야 한다.
무역 뿐 아니라 투자의 불균형도 심하다. 10년 동안 중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액은 수십억 달러인 반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중국기업이 글로벌 경영의 노하우가 부족하고 한국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경제협력관계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앞으로 중국은 여러 경제제도를 국제수준으로 개선하게 될 것이다. 관세도 인하하고 개방도 확대할 것이다. 한국기업은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중국시장의 변화 기회를 활용해서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중국이 아무리 발전해도 한국과의 보완적 관계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양국간에는 보완적 관계와 경쟁적 관계가 병존할 것이다. 중국은 나라가 크기 때문에 지역간 발전차이가 상당히 크다. 따라서 한국기업은 노동집약형이든, 기술집약형이든 중국에서 합리적인 발전공간을 찾을 수 있다. 한국기업이 중국으로 이전해 한국 내에 산업공동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이득이 될 것이다. 일부 산업이 중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국내 산업을 한단계 더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구진쥔 중국경제일보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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