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 물과 흙더미 속에서 가족들을 구하고 가재도구를 꺼내야만 했던 수해지역 주민들은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를 쳐다보면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한 해 농사는 헛수고가 되었고 아직도 삶의 터전인 집에서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주부들은 하나같이 “왜 뻥 뚫린 하늘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그 한숨 속에는 하늘에 대한 원망 못지 않게 정부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는 듯 했다. 주민들이 언제까지 심야에 마을회관과 이웃 집으로 긴급대피 하고 양수기를 동원해 무릎까지 차오른 집안의 물을 빼내고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는 고통을 반복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농촌은 국군 장병들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복구하기도 힘들어 한 번 수해를 입은 지역은 복구지연에 따른 생활의 불편과 경제적인 손실도 큰 편이다. 흙더미 속에서 꺼낸 가재도구와 침구,·의류를 깨끗하게 씻고 말려야 하는 주부들은 제때 공급되지 않는 식수와 전기 설비의 늑장 복구로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에도 침수피해를 입은 연천군 한탄강 관광유원지 일대 상인과 주민들은 최근 수년간의 침수로 큰 피해를 보았다. 백령천 인근의 논은 완전히 호수로 변해 농민들의 마음을 검게 태웠다.
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수재의연금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훈훈한 인정이 오가지만 이런 인정은 베푸는 쪽도 부담스럽고 받는 쪽도 신세를 진다는 생각에 부담스럽다. 비만 오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피해까지 입고 있는 상습수해 주민들에게 더 이상 비로 인한 고통을 안겨주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 모두가 정부로부터 혜택을 골고루받을 수 있도록 항구적인 물관리 대책을 하루 속히 세워 실천할 때 우리 주부들은 물 걱정 없는 행복한 나날을 맞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윤경섭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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