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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회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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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회원권

입력
2002.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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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會員)이라는 말에는 묘한 동류의식이 담겨 있다. 다른 사람은 끼워주지 않고 선택받은 소수만이 모여 즐긴다는 ‘선민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아무나 그 서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돈을 내야 입회(入會) 자격을 준다는 점에서 회원제는 폐쇄적이다. 과거 고급 스포츠 클럽과 콘도미니엄, 골프장 회원에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특수계층이 많았던 것도 회원제가 갖는 은밀한 속성 때문이었다.■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가의 회원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아마도 골프장일 것이다. 가장 싼 골프장 회원권도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주말 부킹이 웬만하게 보장되는 A급 골프장의 회원권은 6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분양 중인 신규 명문 골프장의 회원권은 5~6억원대다. 골프를 칠 수 있는 회원 자격을 얻는데 들어가는 돈이 강남의 40평형대 아파트 값과 맞먹는다. 골프가 대중화했다고는 해도 서민들로서는 여전히 꿈도 꾸기 어려운 회원권 시세다.

회원권 한 장 값이 웬만한 월급쟁이 10년치 봉급에 해당하니 말이다.

■그런데도 회원권 수요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주 5일제 근무의 확산으로 여가 활용 욕구가 커진 데다, 시중의 부동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수억원씩 차익을 남긴 투기 세력까지 가세해 회원권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 회원권 거래소에는 일반 회사원은 물론 주부들의 문의도 많아졌다고 한다. 가히 회원권 전성시대다. 강남의 아파트에 이어 골프장 회원권도 이제 ‘아줌마 부대’의 유력한 투기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골프 인구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작정 회원권 값 상승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급량이 일정할 때 수요가 많아지면 값이 오른다는 것은 기초적인 경제 상식이다. 문제는 부동산 투기처럼 회원권 투자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계층이 늘면 사회적 위화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예약 없이 언제 나가도 골프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골프장이 널려 있는 외국과 우리나라의 사정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골프 대중화시대에 골프장 회원권이 부유층을 과시하는 신분 증명서로 여전히 통용된다면 그런 넌센스도 없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골프장 수를 늘리는 방법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인 것 같다.

/이창민 논설위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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