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고향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네다."19일 오전 4시30분께 인천해경부두에 모습을 드러낸 순종식(70)씨 등 보트피플 21명의 얼굴에는 필사의 탈출여정으로 인해 초췌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보자 새삼 무사히 도착했다는 실감이 든 듯 힘차게 손을 흔들며 활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궂은 날씨와 해류의 역류 탓에 예정보다 1∼2시간 늦게 인천에 도착한 이들은 여름날씨임에도 불구, 장기간 표류와 바닷바람에 대비한 듯 점퍼나 긴팔 옷 등 겨울 옷을 걸쳤으며 운동화와 슬리퍼 등을 신은 남루한 모습이었다. 도착 후 최연장자인 순종식씨는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 고향은 충남 논산군 부적면인데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순씨는 "이렇게 환대해줘서 고맙다"며 질문에 선선히 답했으나 나머지 일행은 대규모 취재진이 어색한 듯 별로 입을 열지 않았다.
서울 안가로 이동하기 위해 곧바로 당국이 마련한 버스에 올라 탄 이들은 습기찬 유리창을 연신 손으로 닦으며 손을 흔들었고 앞좌석에 앉은 어린이들은 눈을 동그렇게 뜨고 정신없이 창밖의 거리모습을 둘러보았다.
▲다음은 순종식씨와 일문일답
-어디에서 왔습니까.
"신의주 근처 선천입네다."
-얼마나 준비했습니까.
"열흘 가까이 준비했습네다."(그 때 옆에 있던 아들 순용범씨가 '수개월을 준비했다'고 고쳐 답했다)
-직업은 무엇입니까.
"나는 연로해서 하는 일이 없습네다."
-그럼 아드님은.
"노동자입네다."
-고기를 잡나요.
"예. 어부입네다."
인천=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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