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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보스 경영'에서 '소비자 주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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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보스 경영'에서 '소비자 주권'으로

입력
200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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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테러 이후 미국을 다시 충격에 빠뜨린 것은 잇따른 회계부정 스캔들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경영진들의 부도덕성이다. 투자자들은 믿을 수 있는‘진실’이 사라졌다고 느꼈다. 한국에선 언제나 ‘보스’가 결정하고 책임지며, 위험과 그 대가, 최후의 비난까지 감수해 왔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보스는 누구일까.한 세대 전이라면 보스는 소유주이자 설립자, 즉 삼성의 이병철이나 현대의 정주영과 같은 사람을 말했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모두 창업자가 소유하고 경영했다.

기업은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유재산과 같았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등장한 노동조합은 회사가 고용과 생활을 안정시켜 그 가족들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주장했다.

최근에는 ‘전문경영인’ 즉 CEO가 나타났다. CEO는 전문성, 경험, 지식으로 무장해 가장 탁월한 결정을 내리고, 때로 화려한 쇼를 보여줄 것을 요구 받는다. 하지만 ‘빅 브라더스’와 같은 정부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과거엔 부도난 회사를 흡수하거나 아예 산업 구조를 뒤바꾸어 버리기도 했는데 최근에도 몇몇 부처나 정치인들 사이에서 노골적인 ‘반(反)재벌’구호를 들을 수 있다. 여전히 모든 수단이 가능한 강한 정부의 뒷 골방에서 기업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의 임명 및 해고 권한을 가진 것은 주총에서 구성하는 이사회다. 주주는 공동으로 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들의 권리를 통해 충분히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장기투자자와 단기매매자로 나뉘고 주가의 변화에 따라 쉽게 움직인다.

공익을 대변하는 잠재적인 로비 집단인 NGO나 환경단체, 주민단체 등도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실질적인 힘을 가진 이는 익명의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언제나 최종적인 결정을 내린다. 사지 않으면 회사는 사라진다. 소비자를 무시하면 기업은 결정적 위기에 처한다.

종종 모든 것이 단순했던 옛날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복잡한 현대에 단순함이란 사치다.경영이란 무엇인가. 한 마디 말, 한 마디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없다. 계속 되어야 할 질문이자 답변이다.

알란 팀블릭 영국인 주한 영국상공회의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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