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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안하면 敵 간주""이라크 공격 말라"/美-유럽·아랍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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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안하면 敵 간주""이라크 공격 말라"/美-유럽·아랍 힘겨루기

입력
200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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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이라크 공격 논란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내 매파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과거 백악관 국가안보직을 역임했던 공화당 내 중진들이 잇따라 전쟁반대 진영에 가세한 가운데 유럽 맹방 중 하나인 독일이 공식적으로 부시 정부에 반기를 들어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은 역풍을 맞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랍권도 미국에 군사기지 제공을 거부한 맹주 사우디 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걸프전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9ㆍ11 테러 당시 내세웠던 “적 아니면 우방” 이라는 흑백논리로 “이라크를 선택하든지 미국편에 서든지 양자택일할 것” 을 강요하고 나서 이라크 공격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거세지는 반전무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18일 백악관의 ‘경고’ 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공격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우정이 미국에 대한 맹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며 “군사개입으로 새로운 말썽거리를 만들어내려는 데 대해 충고한다” 고 밝혔다.

슈뢰더 총리는 앞서 9일 이라크 공격은 9ㆍ11 테러 이후 형성된 반 테러 국제결속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력 경고, 유럽의 반전 무드를 주도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날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북한과 함께 ‘악의 축’ 으로 지목했던 이란과 투자보호협정을 체결, 미국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공화당 내 원로 및 중진급 인사들의 반전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바 있는 헨리 키신저,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임 부시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이글버거 등 공화당 중진들과 척 헤이겔, 딕 아메이 의원 등은 “포스트 사담 후세인에 대한 비전이 없다”, “후세인 정권이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는 증거가 없다” 는 이유를 들어 이라크 공격이 정당성이 결여돼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지 못한 채 벌이는 선제공격은 강대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약소국을 마음대로 침공해도 좋다는 선례만을 남길 것” 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웨슬리 클라크 전 유럽주둔 미군사령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유럽이 동참하지 않는 한 미국은 단독으로 이라크전을 수행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아랍권의 반미 전선은 걸프전 이후 전례없이 공고해지는 추세다. 걸프지역 내 미국의 핵심 우방이며 미 해군 5함대 기지가 있는 바레인의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_할리파 국왕은 이날 국가원수로서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프간 전쟁 당시 미군의 병참 및 작전기지 역할을 했던 바레인은 이라크 군사작전 시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등과 함께 미군 주력기지로 활용될 예정이어서 바레인의 이탈은 미국의 대 걸프 외교의 치명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사우디를 방문한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도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에 반대했다.

■되살아난 ‘적 아니면 우방’

영국 일간 선데이 텔레그라프는 미국 외교관들이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 아랍국가는 미국의 적으로 간주하겠다” 는 위협을 아랍권에 보내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정부의 이같은 메시지는 아랍권 내 반미 강경여론을 부채질하고 비교적 서방 온건국가인 이집트 요르단 등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부시 정부의 외교 흑백논리는 아랍권의 여론을 무시한 것” 이라며 미국민들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이라크 공격을 아랍권이 수긍할 리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후세인을 축출한다는 원론에 반대하는 아랍정부는 거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그리고 누구를 그의 대체 세력으로 할 것인가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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