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준만의 쓴소리]김대중 중심주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준만의 쓴소리]김대중 중심주의

입력
2002.08.20 00:00
0 0

김대중 대통령이 조기 퇴임과 낙향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글을 5월에 쓴 적이 있다. 이 글에 대한 어느 네티즌의 비판을 읽고 웃었다. 내 글이 김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한 ‘김대중 옹호론’이라는 것이다.내가 흥미롭게 생각한 것은 한국 사회에 만연돼 있는 ‘김대중 중심주의’다.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그 점에서 최상의 후보라고 생각한 김대중을 지지했고, 임기 말에 이르러 아들들의 비리로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나라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나의 소박한 생각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김대중을 무슨 마력의 주인공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정치판도 사실상 ‘김대중 중심주의’에 의해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한나라당은 아예 그걸 정강정책으로 삼다시피 하고 있다.

박근혜씨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거나 북한에 간 것도 김대중과 짜고 한 일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정몽준씨의 일거수일투족도 마찬가지다. 최근 수개월간 양산된 한나라당의 성명과 의원들의 발언엔 ‘김대중의 공작’에 대한 의혹 제기가 철철 흘러 넘친다.

한나라당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일은 무조건 김대중과 연계시키면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으로 그 효능이 입증된 한나라당의 신앙이다. 한나라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이라 할 ‘반(反) 김대중 정서’의 열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신앙은 민주당에게까지 전파되었다. 민주당은 스스로 극찬했던 국민경선제의 성과마저 훼손하면서 ‘신당 창당’으로 ‘반 김대중 정서’를 우회해 보겠다는 정치공학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여기서도 ‘김대중 중심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게 된다. 현 사태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오직 김대중 뿐이고 민주당은 피해자란 말인가? 재집권을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무엇을 위한 재집권이며 또한 그게 먹힐 거라고 보는가?

민주당의 ‘고정표’에 대해 과신을 하는 것도 정도 문제지, 가능한 한 김대중의 색깔과 먼 쪽으로 도망가려는 정당에 표 줄 사람이 얼마나 될 거라고 보는가? 문제는 김대중의 ‘색깔’이 아니라 ‘도덕성’이었다. ‘색깔 화장’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지금 민심은 구태의연한 정치공학의 종언과 함께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원하고 있다.

민주당이 살 길은 한나라당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김대중 중심주의’에 사로 잡혀 허둥댈 게 아니라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당연히 책임질 건 책임져야 한다. 현 정권의 실정과 과오를 공론장이라는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대안 모색을 하면서 유권자를 납득시켜야 한다.

재집권 못해도 당연하며 억울할 게 없다는 자세를 보여야지 괜히 ‘고등 술수’를 부리다가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