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드디어 장외에서 격돌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예고했던 대로 19일부터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를 겨냥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명분은 ‘병역비리근절 운동본부 발대식 및 천만인 서명운동’이라며 마치 정치적 목적이 아닌 양 내걸었으나 누가 보아도 그 노림수는 뻔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도 정권퇴진 운동과 대통령 탄핵에 나서겠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에 뒤질세라 1997년 대선자금 의혹과 민주당 실세의 축재의혹 등을 제기하며 이 후보의 엄호사격에 나섰다.가뜩이나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이합집산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양당은 무한적인 극한투쟁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환멸이 깊어 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의 정상적 기능이 실종되면 바로 국민생활의 안위에 위협이 가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미 1997년에 ‘IMF 위기’라는 결과로 정치공황의 쓰라린 경험을 체험했던 국민은 양당의 ‘너 죽고 나 죽자’식 싸움을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무릇 민주정치의 출발은 룰을 지키는 데 있다. 물론 룰이 잘못되었을 때는 국회에서 고치면 되는 것이지만, 그 전에는 모두가 룰을 지켜야 한다. 엄청난 폭력수단을 가졌던 독재권력에 대항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장외투쟁이 지금 등장할 하등의 이유나 명분이 없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문제라면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도 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 1차적으로 검찰에서 어떤 식으로든 수사의 결론을 내놓을 것이고, 2차적으로 국민이 표로써 심판할 것이다. 이미 이 후보는 비리의혹이 밝혀지면 정계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는가. 수사결과를 지켜보자. 정치권은 더 이상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말고 싸우더라도 국회로 들어가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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