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25개를 삶아 밥과 함께 줬더니 순식간에 비워 버렸습니다. 그리곤 배불리 잘 먹었다고 하더군요."탈북자 21명을 태운 북한 목선을 최초로 발견한 후 예인까지 지휘한 인천해양경찰서 119정(100톤급 경비정) 정장 김재만(金在萬ㆍ53) 경위는 18일 오후 해양경찰청 2층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20톤급 목선이 울도 서방 23마일 지점을 항해하던 17일 오후 5시30분께 그의 경비정 레이더에 처음으로 ‘물체’가 포착됐다.
그로부터 약 1시간 후. 어렴풋이 보이던 선체가 중국 어선과 너무 흡사해 단순 밀입국 사건으로 추정하고 있던 그는 계류 명령 중에 70대 노인이 선상에서 “고향이 남한이다. 귀순하려고 한다”고 말하자 아찔해졌다.
2차례에 걸친 정밀 조사 끝에 탈북자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선장과 기관사만을 어선에 남기고, 나머지 19명을 전부 경비정으로 옮겨 태웠다. 추위에 떨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대원들의 옷을 제공했고, 라면 등 비상식량을 내주면서 공포에 질러 있던 탈북자들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중국제 GPS를 북한 어선이 지니고 있는지 처음 알았고, 그것이 아니었더라면 이들은 목표 지점인 남한으로 오지 못했을지 모른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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