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盧 "害黨행위"…反盧 "백지신당 무산탓"민주당 내 친노(親盧) 세력 등 주류측과 중도파 인사들은 19일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김중권(金重權) 전 대표 등의 제 3신당 추진 움직임에 대해 “당 단결과 화합을 저해하는 해당(害黨) 행위”라고 비난했다.
일부는 이 의원과 김 전 대표의 당 윤리위원회 회부를 요구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의원 등 반노(反盧)측은 “당 지도부가 공언한 백지신당 추진이 무산된 데 따른 것”이라며 제3 신당 추진기구 발족을 준비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중도파인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서 신당을 창당해 통합수순을 밟고 있고 후보경선을 준비하고 있는데 당원이 밖에서 원칙에 저해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노측의 제3 신당 논의 참여를 비판했다.
박상천(朴相千) 당 발전위원장도 “회동 직후 이인제 의원 등과 통화했는데 통합신당을 촉구하기 위해 협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며 “신당 추진작업은 이번 주내에 가시적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가세했다.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은 “우리와 생각이 다르고 정치 역정이 다른 사람들을 우격다짐으로 해서 뭐가 되겠느냐”며 제3신당 논의를 일축했다.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과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정무특보인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제3 신당 추진은 해당행위이자 명백한 경선 불복 행위”라며 “이인제 김중권씨를 당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파인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이 의원 등의 행위는 분당의 씨앗이 되고 경선 불복으로 비쳐져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이인제 의원측은 “18일 모임은 백지 통합신당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호수에 여러 갈래 물줄기가 모이듯 신당 추진 논의도 여러 흐름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중권 전 대표도 이날 영남지역 지구당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모든 기득권의 포기가 전제된 백지신당이야말로 국민의 여망”이라며 노 후보를 겨냥한 뒤 “제3 신당은 지역주의를 극복한 전국 정당을 지향할 것”이라고 말해 독자신당 추진 의사를 거듭 밝혔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 한 "사공많아 좌초할 것"
한나라당은 19일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전고문 등의 제3신당 추진 움직임에 대해 “제2의 민국당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제3신당 추진 세력이 대중적 지지도가 낮은 ‘주변부 인물’이고 창당 명분도 마땅치 않아 영향이 한정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신당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권욕에 사로잡힌 인사들 아니냐”며 “사공이 너무 많아 제풀에 좌초할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정몽준(鄭夢準) 의원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자질론을 거론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다양한 갈래의 신당 추진 움직임이 정 의원을 축으로 정리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측은 “제3신당에 정 의원이 가세하면 의외의 상황이 된다”며 “우려되는 것은 신당이 아니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정 의원까지 가세한 ‘반창(反昌) 세력’의 총집결”이라고 말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97년 대선 때 김대중(金大中) 후보와 모 그룹 사이에 엄청난 대선자금 거래가 있었다”고 구 현대그룹을 겨냥한 것도 정 의원을 의식한 원거리 포격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MJ '당분간은 나홀로'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당분간 다른 신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홀로서기’ 방안으로 독자적인 ‘MJ 신당’ 창당과 무소속 행보 등 두 가지가 거론되지만 전자 쪽에 상당히 무게가 실려있다.
정 의원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非) 노무현’ 세력이 추진하는 ‘제 3신당’ 과 민주당이 추진하고 신당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 의원은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전 고문 등 4인이 전날 ‘제3신당’ 추진을 합의한 데 대해 “그분들이 나름대로 도움이 되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면서도 “민주당 당원들이 결정할 일에 대해 당 바깥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것은 결례”라며 무소속인 이 전 총리 등을 겨냥했다. 그는 ‘제 3신당’ 참여 가능성에 대해 “만나서 뜻을 확인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정 의원은 또 민주당 신당 참여에 대해 “가능성이야 다 있는 것”이라면서도 “국민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했는데 이를 다시 하는 것이 원칙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 독자 신당을 만들겠다는 뜻이냐”고 질문하자 정 의원은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 신당도 검토할 것이지만 ‘제3신당’ 또는 민주당 신당 참여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 의원은 다만 “누가 주도하는 독자 신당이란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신당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우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채 신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정 신당을 선택할 경우 지지 기반과 참여 인사의 폭이 축소된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가령 ‘제 3신당’ 참여를 선언할 경우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측은 “9월 중 출마선언을 하고 독자 신당을 추진한 뒤 타 정파와의 연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지도를 유지하려면 방어벽이 될 수 있는 정치세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정 의원이 결국 반(反)이회창 비(非)노무현세력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