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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가을호서 '문화지형 변화'진단/"붉은악마는 새로운 '대중집단'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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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가을호서 '문화지형 변화'진단/"붉은악마는 새로운 '대중집단'을 예고"

입력
200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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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1980년대, 탈이념화한 90년대를 거쳐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최근 발간된 ‘창작과비평’ 가을호는 월드컵의 ‘붉은악마’ 현상을 정점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 문화지형 변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특집 ‘한국의 문화지도, 어떻게 달라지나’를 마련했다.이 특집에서 최원식 인하대 국문과 교수,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월드컵 이후 한국의 문화와 문화운동’을 주제로 정담을 갖고 과거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대중의 출현에 주목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대중의 출현을 처음으로 보여준 3ㆍ1운동과 광복 후 문화운동의 뿌리가 된 4월혁명 등 거대한 군중체험 뒤에는 반드시 문화운동이 폭발했던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월드컵에서 나타난 군중 현상을 예사로 보아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김홍준 교수는 특히 ‘노무현 바람’ 당시 인터넷에 올랐던 일반인들의 글들이 매우 전문적이고 힘이 있었다는데 주목, “더 이상 정보 통제가 불가능하고 정보를 흡수할 뿐 아니라 분석하고 해석하고 더 나아가 생산해내기까지 하는 대중집단이 출현했다”고 분석했다.

김종엽 교수도 “한국 근현대사에 역동성을 부여해온 것은 대중이었다”고 전제하면서 “대중이 지식인 내지 해석자를 초월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을 이를 토대로 과거 문화운동을 이끌어온 지식인의 반성과 변화 노력을 촉구했다.

최 교수는 “문화지식인들은 새로운 대중의 출현 앞에서 무기력에 빠질 것이 아니라 대중의 힘을 제대로 보고 자기 내부로 받아들여 갱신을 도모하는 피나는 수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종엽 교수는 “월드컵에서 대중이 갑자기 도약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식인들이) 자잘한 변화와 개혁, 혁신, 진화의 축적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면서 “(포스트 월드컵 논의도) 분출된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갈 것이냐 못지 않게 어떻게 이런 에너지가 분출됐는가에 대해 숙고하는 것이 지금의 일차적 과제”라고 말했다.

영상기술이 월드컵 현상에 미친 영향과 길거리응원의 비폭력성의 원인을 분석한 대목도 흥미롭다.

김홍준 교수는 “길거리응원이 폭발적인 문화현상으로 나타난 것은 대형 TV와 전광판 등 테크놀로지 덕분”이라면서 “(중계 독점으로) 모든 방송사의 화면이 똑같았고 아마 이번 월드컵은 모든 사람에게 균일하게 강요되다시피 한 이미지들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엽 교수는 “콜리건(Korligan)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여성 등 상대적으로 폭력성이 낮은 집단이 많이 참여했기 때문”이라면서 “또 군중이 모이면 위반을 통한 희열을 얻기 위해 폭력적이 되기 쉬운데 한국대표팀이 워낙 잘해 일종의 내적 일탈이 일어나다보니 이미 쾌락이 넘쳐 위반이 불필요했던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마후쿠 류우타(今福龍太) 일본 삿포로대 문화학부 교수는 ‘국가원리의 굴레를 벗고서’라는 기고문에서 그동안 스포츠에 덧씌워졌던 ‘국민국가’ 이데올로기의 약화를 이번 월드컵의 교훈으로 꼽았다.

그는 “프랑스 대표팀의 다민족 구성, 일본계 브라질인들이 브라질팀에 보낸 열렬한 응원 등은 월드컵에 깃들인 국가의 환영이 약해졌음을 보여준다”면서 “축구를 중요한 문화투쟁의 현장으로 주목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과된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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