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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만섭(20)기자시절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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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만섭(20)기자시절 ⑤

입력
200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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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2월28일 대구의 경북고 대륜고 등 시내 고등학교 학생 1,000여명이 대구시청 앞 광장에 모여 들었다. 민주당 장면(張勉) 부통령 후보의 선거 유세장에 가지 못하도록 일요일인데도 등교 지시를 내린 데 대해 항의하려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학원의 정치 도구화 반대’를 외치며 데모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2ㆍ28 대구 학생 사건’이다.나는 현장에서 이를 지켜 봤다. 경찰들은 무자비하게 학생들을 진압했다. 아무리 기자라고 해도 그 상황에서는 기사만 쓰고 있을 수가 없었다. 서둘러 기사를 송고한 나는 데모 학생들과 함께 움직였다. 대구시청 뒷길에서 한 고등학생이 경찰에 붙잡혀 심하게 얻어 맞는 것을 막아 주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본격적인 부정선거 규탄은 선거 당일인 3월15일 시작됐다. 민주당은 당장 3ㆍ15 선거의 무효를 선언하고 나섰다. 마산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7명이 죽고 70여명이 다쳤다. 데모는 마산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빠르게 번져 나갔다.

4월11일 아침 마산 앞바다에 최루탄이 눈에 박힌 김주열(金朱烈)군의 시체가 떠오르면서 시민들의 흥분은 극에 달했다. 나는 아침 일찍 기차편으로 마산에 내려 갔다. 마산 시내는 마치 전쟁터 같았다. 성난 시민들은 경찰과 정면 충돌,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3일 밤 이상한 소문이 흘러 나왔다. 경찰이 김주열군의 시신을 빼돌리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즉시 시신이 안치된 마산 도립병원으로 내달렸다. 병원 앞에는 무술 경관들이 포진해 있었다. 조금 있으니 시신을 넘겨 받은 경찰차가 무장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시내를 가로 질러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동아일보 마산 지국의 차를 몰아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며 그들을 뒤쫓았다. 그러나 경찰차를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느 틈에 서너 대의 차량이 앞뒤를 둘러 쌌다. 차는 놓쳤지만 그 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보아 김주열군의 고향인 남원으로 가는 게 틀림없었다.

나는 동아일보 마산지국으로 돌아 와 서울로 급전을 쳤다. 다음날인 14일 아침 동아일보 조간에는 ‘마산발=이만섭기자’의 기사로 ‘경찰, 밤비를 이용 김주열군 시신 남원으로 이동’이라는 제하의 5단 기사가 실렸다. 그 때 나는 취재를 하면서 힘이 저절로 솟았다. 당시 마산 시민들은 야당지인 동아일보 깃발을 단 차가 지나가면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불러 주기까지 했다.

자유당의 실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회 ‘마산사태 진상조사단’에 소속된 자유당 의원들이 14일 김주열군 사건과 마산 사태를 공산주의의 사주를 받은 불순 집단의 난동이라고 발표했다. 자유당 조사단에는 고향 선배인 김상도(金相道) 의원도 들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거칠게 충고했다. “이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과 시민의 순수성을 공산주의와 연결시킨다면 사태가 더욱 악화할 겁니다.”

내 예상은 맞았다. 시위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사태가 점점 긴박해 짐에 따라 나는 서울로 올라 왔다. 서울의 시위는 마산 못지않게 심각했다. 마침 동아일보는 광화문에 있었기에 시위 상황을 상세히 취재할 수 있었다.

시위대는 현재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 자리에 세워져 있던 이승만(李承晩) 박사의 동상을 무너뜨린 뒤 새끼줄로 묶어 질질 끌고 다녔다. 저 멀리 경무대 쪽에는 경찰과 대치한 채 시위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 왔다.

4월18일 우려하던 사태가 터졌다. 경찰의 힘으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던지 당국은 그날 밤 종로 4가에서 시위를 하고 있던 고려대생을 깡패를 동원해 폭행했다. 19일 이에 분노한 시위대는 2만여명으로 늘어났고 마침내 경무대 턱 밑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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