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 데리고 농구 하느라 힘들지 않았냐구요. 외출할 때 외조해주는 남편들이 있어 오히려 든든했습니다.”여자 현대팀을 16년 만에 첫 정상에 등극시킨 박종천(42)감독은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소감을 털어놓았다.
5월 박 감독이 여자팀을 맡았을 때 주위에선 축하보다 걱정을 많이 했다. 여자농구 6개팀중 주전들의 나이가 가장 많은 팀. 4번이나 준우승을 했지만 지난 겨울리그에선 결승진출에도 실패했던 팀. 최고참 전주원(30)부터 막내 장화진(21)까지 부상에 시달리던 팀. 연습장도 없어 분당에서 강남으로 셋방살이 연습을 하던 팀. 바로 현대였기 때문이다.
고작 한달 남은 여름리그 개막을 앞두고 박 감독이 강조한 점은 선후배의 상명하복 시스템을 깨뜨린 것. 신인들이 위축돼 선배들 앞에서 수비나 돌파를 제대로 못할 때면 가차없이 코트 밖에서 벌을 세웠다.
실수한 신참들이 코트에서 “선배님 죄송합니다” 대신 “언니 미안해” 라고 말 하도록 만든 것도 박 감독의 작품. 선수들의 텃세가 심해 14번이나 감독이 바뀐 현대의 면모는 온데 간데 없고 특유의 잡초근성이 살아났다.
16일 삼성생명과의 챔프전 4차전에서 전반 41_46으로 뒤지자 박 감독은 “실수를 후배 탓으로 돌리지 말아라. 오늘 우승을 못하면 너희들은 평생 우승 못한다.” 라며 고참들을 다그쳤다. 창단 첫 우승. 남자팀코치로서 3번이나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감독으로서 첫 우승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앞으로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세계무대에도 서 봐 야죠.” 네 번의 무릎수술에도 끝끝내 코트에 섰던 선수 시절처럼 박종천 감독은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사진 원유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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