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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편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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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편집배원

입력
200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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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에 등기우편물이 왔다. 우편집배원은 도장을 들고 아파트 경비실로 내려오라고 인터폰으로 연락했다.우체국서비스헌장에는 등기나 소포를 배달할 때 초인종을 누른 뒤 두 손으로 공손하게 건네라고 돼 있지만, 그는 올라오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우편물이 너무 많아 땅에 파묻은 집배원도 있었으니 배달을 해준 것만도 고마워해야 할지 모른다.

■집배원들은 누구보다 고생이 심하다. 집 찾기 쉽고 배달구역이 집중된 대도시는 그래도 낫지만, 이동거리가 먼 시골에서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보기에 안쓰럽다.

이메일이 확산되면서 개인적인 편지가 줄어든 대신 다중을 상대로 한 집단우편물이 늘어나고 인터넷과 홈 쇼핑 확산으로 인해 집배원들이 배달해야 할 우편물은 폭증했다.

택배업체들은 운송비가 많이 드는 지방행 소포는 대부분 우체국에 맡기고 있다. 편지를 건네 주고 때로는 읽어주기까지 하던 ‘사랑의 배달부’라는 이미지도 이제는 찾기 어렵다.

■지난해 집배원들은 1만344명이 64억4,000통을 처리했다. 외환위기 전인 1997년과 비교하면, 인원은 2,000여명 줄고 1인당 처리물량은 26만통 가량 늘었다.

맞벌이 증가로 빈 집이 많아 64억통 중 14억통은 야간배달을 해야 했다. 정통부는 행자부에 2,973명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체신노조도 올들어 7월 말까지 19명이 사망하자 장시간 노동과 피로 누적에 따른 산업재해라고 주장하며 호소문 광고를 통해 증원을 요청하고 있다. 13일 열린 한국행정학회 토론회에서도 집배원의 업무 경감방안이 논의됐다.

■정부가 1994년에 발표했던 우정사업 공사화계획은 예산 2조원을 확보하지 못해 철회된 상태다. 현재로서는 인력 확충과 집배장비 현대화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집배원들을 늘려주지 않는 이유는 ‘작은 정부’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데, 각 부처가 슬금슬금 증원을 한 것을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더구나 요즘 각 부처는 내년의 새 정권 출범과 정부조직 개편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조직분석 보고서를 만들어 자신들이 필요한 조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편집배원들은 힘이 없다고 이대로 내버려 두어도 되는가.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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