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너츠 송’(원제 The Sweetest Thing, 감독 로저 컴블)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옹녀’ 버전. 인터뷰로 관심을 끌면서 영화를 연다는 것도 비슷하다.주인공인 크리스티나(카메론 디아즈)가 어떤 여자인가를 묻는 질문에 남자들의 대답은 10인 10색. ‘전화번호를 준 걸로 봐서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남자는 전화를 걸어보니, 영화 안내 서비스가 나온다.
크리스티나를 위해 노래를 짓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크리스티나와 헤어진 후 “결코 실연증후군에 시달린 적이 없노라”고 강변하는 사람도 있다.
크리스티나와 친구 제인(셀마 블레어), 코트니(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는 왈가닥 삼총사. 나이트클럽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이들의 일과는 남자 꼬시기 아니면 남자에게 걷어 차이기다.
핸드백은 구치, 읽는 책은 ‘진실한 연애 10계명’이며, 취미는 음담패설. ‘해리가…’의 톡 쏘는 대사를 기억한다면, ‘피너츠 송’은 조금 더 걸쭉하다.
한 마디로 육두문자와 화장실 유머로 가득하다. 일면식 없는 두 남녀 크리스티나와 피터가 나이트클럽에서 사소한 시비가 붙은 것을 계기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한다.
28세의 미혼 여성이 겪는 외로움과 성적 욕망을 ‘브리짓 존스의 일기’ 스타일로 보여주지만, 일상에 관한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크리스티나와 피터가 가까워지기 위해 겪는 우여곡절의 에피소드들에는 과장이 심하다.
‘사랑의 흔적’이 묻은 스커트를 세탁소에 맡기러 갔다가 세탁소 주인에게 망신당하는 장면, 화장실에서 물세례를 당하는 장면 등 억지 웃음을 유도하려 애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피너츠 송’은 ‘해리가…’의 가짜 오르가즘 패러디 장면에서 나오는 남성 성기를 칭송하는 노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23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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